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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책을 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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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 Jun 26. 2020

우리는 다르지만 다르지 않다.

나의 이야기는 곧 당신의 이야기.

책이 나간 후 가장 궁금하고 두려웠던 것 중 하나는 독서 후기 또는 서평 같은 '평가'였다. 개별적인 글에 달린 반응은 브런치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하지만, 하나의 이야기로 묶인 책에 대한 평가는 다를 일이다. 책 제목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있어서 독자층이 넓을 것이라고 기대하진 않았다. 그래도 많은 이들이 읽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은 당연히 있는 법.

출간 이후 거의 매일 조바심을 내며 예스24를, 알라딘을, 교보문고를 열심히 눈팅해 봐도 리뷰가 없다. 현재 예스24에 딱 하나 좋은 내용으로 리뷰를 남겨준 분이 있을 뿐이다.


리뷰가 없으니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악플보다 무서운 것이 무플이라더니, 관심의 대상이 아닌 것인가 하는 마음의 상처도 은근히 생긴다. 책이 아주 나빠서 '나만 당할 수 없지'의 심정으로 별 1개를 날려 버리는 독자가 있다면 이해할 수 있다(받아들이긴 어렵겠지만). 읽어보니 좋아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추천을 막 날려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닌 무플은 대체 무슨 뜻일까. 읽긴 했는데 딱히 할 말은 없네, 이런 감상은 아니려나 하는 결론에 이르렀다. 또 한 번 마음의 상처.


그러나 피드백이 개인적으로 들어오기도 한다.


1.

같은 직장의 후배가 최근 조용히 메신저로 말을 걸어왔다. 출간을 축하하는 얘기로 시작하였다. 고맙다는 의례적인 인사.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흥미진진하고 공감되었다는 후배의 코멘트. 몇 년 전 함께 같은 조직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었던 터라, 당시 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 진작 알았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말이 참 고맙게 느껴졌다. 그리고 나에게 콕 박힌 후배의 이 한마디.


꼭 이 말씀을 전하고 싶었어요.
그때 혼자 고민하시고 이끌어 가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안다. 용기 내어 말해 준 그 후배에게 어물쩍 넘어간 것이 미안하다. 어쩌면 예스24에 달리는 어떤 리뷰보다 감동을 주는 서평일 것이다. 시간이 지났지만 서로의 생각을 다시 반추해 보고 알아주는/알아가는 것도 남아있는 회사 생활을 위해 좋은 공통의 무엇이 되지 싶다.


2.

아내의 직장 동료도 책을 읽었다고 한다. 나와는 전혀 다른 길을 가는 분이고 실제 뵌 적도 없다. 아내가 그분과 카톡을 하더니 나에게 들려준 얘기도 나를 기쁘게 해 주었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어서 재미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느낄 것이 많았어.
그리고 나름 반성의 시간도 가졌지.
(지은이인 너의 남편이) 참 열심히 살고 있으신 걸? 밑줄도 치면서 읽었어.


그저 감사한 마음이다.


3.

이 책을 낼 때 편집자님도 그런 말씀을 한 적이 있다. 출판업계가 하는 고민과 무척 맞닿아 있어서 조금 놀라셨다고. 어느 이야기나 고민이 출판업계에서도 동감할 부분이었는지 궁금했지만 여쭙지는 않았다.



어쩌면 연구직 회사원의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비슷한 시대를 살아가는 직장인 모두의 고민을 담았나 싶다. 우리의 사회생활이란... 비슷한 상황의 반복이다. 비록 위에서 말한 피드백의 표본 조사가 매우 한정적이라는 점은 있다. 표본의 크기가 작으면 데이터를 신뢰하기가 어렵다 (어쩔 수 없는 연구자의 습성).


각설하고.

조직 생활에서 느끼는 비애, 누구나 꿈꾸는 더 나은 회사 생활, 동료나 리더와의 갈등, 무언가 잡지 못한 기회나 시간에 대한 후회, 조직 안에서 겪게 되는 성장통. 내 이야기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 다를 수가 없다. 나만 특별한 경험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일어났던,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얘기했기 때문이다. 마치 드라마에서 배경만 다른 채 남녀 주인공들의 관계가 결국 사랑 이야기로 수렴하듯, 우리네 사회생활도 일 하는 환경만 다를 뿐 겪어 내는 고민의 종류는 다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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