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이후 The K-Beauty 사이언스라는 잡지에서 책 소개 겸 작가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하여 서면으로 답안을 작성 하였다. 인터뷰 질문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었다.
책을 보면 중간 관리자의 고충도 많이 보입니다.
팀장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어떤 답을 하는 것이 좋을까 고민하다가 문득 올 초에 있던 화두가 생각났다.
경영진에서 작년에 갑자기 X세대 팀장, 리더를 말하기 시작했다. MZ 세대에 대한 담론이 끝없이 나오던 때에 왜 갑자기 X세대 였을까? 한참이나 지나서 생긴 궁금증은 관련된 기사들을 찾아보게 만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2019년의 기사에는 큼지막하게 이렇게 써 있었다.
"20년만의 귀환, X세대가 다시 주목받는다"
기업의 고객으로서도, 사원으로서도 별 관심 못 받았던 X세대들이 사.실.은. 기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제라도 알았다니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X세대는 회사 운영 관점에서 까다롭게 고민해야 할 존재들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이들은 아직 '까라면 까'라는 명령을 큰 반발 없이 수용하는 마지막 세대이기 때문이다.
(X세대를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한 잠깐 상식: X 세대는 보통 1970년대에 태어난 이들로, 기사에서는 '세대 담론의 투명인간' 으로 까지 얘기할 정도로 별 존재감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다. 필자는 1975년 생이니 딱 X세대의 전형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X세대는 현재 40대이다).
갑작스럽게 X세대 우쭈주 해주는 태도는 당황스러웠다.
왜 때문에??
X세대가 중요하다, 여러분이 우리 회사의 중추다, 열정을 가지고 일 해달라. 밀레니얼 직원들과 잘 소통해 달라.
아, 특히 기억 남는 표현은 이것이다 '저평가 우량주'.
... 딱 거기까지 였다.
그 이후 X세대 중간 관리자를 위한 어떤 정책과 변화가 있었는지 단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특별히 기대감이 크진 않았지만 정말 아무 것도 없었을 줄이야. 말로만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은 아니지만 경영진이 메세지를 던질 때는 적합한 액션이 수반되어야 한다. 소중하고 중요한 존재라면 그만큼 케어해 주는 시도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40대 중간 관리자들을 위해 말 뿐인 격려 보다는 구체적인 무엇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저평가된 우량주라면 투자를 해서 구입을 하는 시늉이라도...
투자도 없이 실적을 기대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실제로 40대 중간 관리자들이 겪고 있는 대부분의 이슈는 낀 세대만이 겪게 되는 위 아래로 부터의 갈등이다.
중간 관리자의 역할을 비유적으로 생각하니 문득 계면활성제가 떠올랐다. 이 지긋지긋한 연구 갬성.
계면활성제란 무엇일까. 물과 기름이 잘 섞일 수 있도록 중간에서 도움을 주는 역할이다. 계면활성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화장품을 만들 때 제형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상이 깨지고 만다.
그만큼 조직에서 중간 관리자의 역할 중요성은 크다. 원래 세대 갈등은 피할 수 없지만 특히 요즘은 위 아래의 갭(특히 사고방식)이 워낙 크기 때문에 조직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만드는 실무자이자 리더로서 기대감이 큰 것이다. 조직에서 50대 상사의 꼰대질을 이겨내야 하고 동시에 30대 밀레니얼의 행동에 당황하면 곤란하다. 자신이 행여나 꼰대가 되지 않는지 경계도 해야 한다. 내 목소리 맘껏 내기도 어렵고 눈치만 보는 낀 세대의 슬픈 자화상이다.
그런 생각의 끝에 다음과 같이 답변을 남겼다.
화장품으로 비유하자면 중간 관리자는 말 그대로 사측(경영진)과 노측(사원)의 Interface에 존재하는 계면활성제 같은 역할을 맡게 됩니다. 위로부터 받게 되는 성과에 대한 압박, 아래로부터 요구되는 소통의 책임 등이 크지요. 그런 만큼 어렵고 힘든 자리입니다.
리더라면 당연히 맡은 조직(그 크기가 크던 작던)의 비전을 제시하며,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같은 방향으로 끌고 가도록 동참 시켜야 합니다. 그런데 상사가 되었든 부하직원이 되었던 ‘내 맘 같은’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우선 인지하고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누군가와 함께 일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가 상사(리더)가 아닌 후배 사원이었을 때 느꼈던 점들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리더가 된다는 것은 단지 누군가를 부리는 위치에 오른다는 뜻이 아닙니다. 자신이 걸어온 길이 후배들에게 그대로 반복되지 않도록 더 나은 안내를 해 주고, 필요하다면 개척해야 할 의무가 있는 자리라고 봅니다. 그런 노력을 꾸준히 실천한다면 당장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리더의 행동이나 말투에 배어 나올 수 밖에 없을 것이구요, 후배들은 리더의 진심을 분명 알아챌 것이라고 생각해요.
때로는 욕을 먹을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착한 선배’ 컴플렉스 때문인지 모질게(?) 못한 적이 있는데요 (리더도 사람이라 상처 받을 수 밖에 없잖아요). 자신이 이끄는 조직에 필요한 일과 결정이라는 믿음이 있다면, 결단이 필요할 때 단호하게 행동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