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의식적인 수고로움이다.
그런 수고로움의 대가는 어떻게든 있어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보는 것이 아닌 이상, 마우스나 손가락으로 스크롤해가며 눈을 굴리고, 내가 쓴 글을 보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때로는 댓글까지 달아주는 독자에게 감사해야 한다. 물론 내 기대와 달리 후루룩 읽고 지나가는 독자가 더 많을지라도 단 한 사람의 진지한 누군가가 있다면, 글로 인해 발견과 공감, 깨달음의 기쁨 중 그 어느 것이라도 선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연히 잘못 터치(또는 클릭)해서 글을 읽게 된 독자에게도 마찬가지다. 한 번 스쳐가는 독자일지라도 그의 소중한 시간과 기회에 보답하고 싶다.
의도와 바람.
보통은 읽어주었으면 하는 마음, 널리 퍼졌으면 하는 의도, 공감이 많이 되기를 바라는 바람이 가득 담긴 - 즉 글에 대한 '소비의 욕망'을 담아 쓴다. 의아한 것은 상대적으로 더 공들여 쓴 글 보다, 편하게 흘려 쓴 것에 반응이 더 많이 나올 때다. 그럴 때면 작가로서 자질과 노력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가끔 누군가 읽기를 바라지만 많이 알아봐 주지는 않았으면 하는 글이 있다. 이런 글을 포스팅하는 경우는 공감과 무시의 두 가지 바람이 모두 있을 때다. 그런 글은 꼭 부끄럽고 안쓰럽다. 다만 이제는 내 글에, 이 브런치에 포스팅하는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것이 많이 생겼다.
글에서 작가의 이면을 살핀다.
독심술을 가진 것도 아니고, 심리학을 공부한 적도 없다. 그저 본능적이고 직관적으로 타인의 글에서 냄새를 맡아본다. 킁킁, 킁킁. 누군지 모르고 일면식 없는 다른 작가의 글을 가만히 읽고 있노라면 묘하게도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을지, 어떤 사람일지 그려보게 된다. 정말 의도적인 거짓의 글을 쓰고 있지 않는 한, 글에는 작가의 본새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숨기려고 해도 문체에, 말투에, 주장과 전달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내가 좋아하는 어떤 작가의 글에는 진한 여운이 있다. 글이 올라오기를 기다리게 된다. 피드에 업데이트된 새로운 글을 만나면 참 반갑게 읽게 된다. 어떨 때는 작가를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
내 글은 어떤 냄새가 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