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대중교통으로 가려면 1시간 반을 꼬박 보내야 하는 탓에 예약을 하고도 당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살짝 귀찮음이 밀려왔다. 그러나 거의 10년 가까이 브런치를 통해 주로 즐겁고 좋은 기억이 많았던 까닭에 가기 싫은 마음을 접었다. 그리고 아내와 함께 성수에 열린 팝업 전시회를 향했다.
대기 줄에 서 있는데 스태프가 묻는다.
“작가세요?”
아직도 그 질문을 받을 때 쑥스러움이 있다. 브런치의 초창기 멤버로서 백만 뷰 이상의 누적 조회가 있어도, 책을 두 권이나 출간했음에도 어쩐지 ‘작가’라는 말에는 간질간질한 무엇인가 달라붙는다. 내 몸에 착 맞는 옷을 입지 않은 기분이 드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전업이 아닌 일상 작가라는 생각이 작가라는 정체성과 타이틀에 대한 부족함을 느끼게 만들기 때문인가. 어쨌든 고개를 끄덕여 이번에 특별히 팝업 전시회에서만 준다는 작가 카드를 한 장 받아냈다. 사진에 찍힌 모습은 이런 마음가짐을 여실히 보여주듯 뻘쭘하기 그지없다. 지금 다시 봐도 웃기다. 몇 가지 다른 시도를 해 볼 것을 그랬다.
어쩐지 내 글도 이와 다르지 않아서, 다르게 접근하고 시도하기보다는 늘 비슷한 톤과 느낌이라고 생각된다. 나 답다는 말이 주는 일관성이 반갑지만 예의 익숙함을 벗어나 보고 싶다. (아내가 나중에 찍힌 자세를 보더니 죄수처럼 찍혔다며 좀 더 자연스럽게 하지 그랬냐 한다. 역시 주변 사람의 눈은 정확하다).
브런치 대상 작가들의 위용 넘치는 책들이 전시된 첫 번째 공간에서 약간 주눅 들었다. 자기는 공모전에 참가 안 해? 라며 묻는 아내에게 나도 매년 해, 그러나 떨어지는 거지라고 대답하였다. 그런데 내 글이 막 대상감은 아니잖아? 이런 객관적 눈높이를 갖고는 있었지만 막상 대상을 받은 영광의 자리에, 내가 쓴 글이 뽑히고 책이 되어 한 자리했으면 참 좋았겠다는 솔직한 마음마저 숨기지는 않겠다. 흥미로운 제목과 글감들을 마주하니 어딘가 희미한 전투력이 자라나는 기분도 살짝 들었다.
전시 중간중간 놓인 다른 작가들이 건네는 ‘글쓰기’에 대한 생각들을 수집하는 것이 별 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꽤 흥미롭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평소 생각하던 것과 비슷한 부분을 발견하는 것도, 잊고 있던 초심을 떠올려 주는 것도, 그렇구나 하고 감탄하게 하는 것도 전부 소중했다. 글쓰기에 진심인 사람들이 해주는 진심 어린 말 한마디, 문장 하나하나 가슴에 박히듯 들어온다.
어, 이 분도 다녀 가셨네? 벽에 남겨진 메모지에 익숙한 작가 닉네임을 보니 반갑다. 가상의 플랫폼에서 존재감을 갖던, 나만 아는 작가가 급히 현실로 소환되었다. 언제 다녀간 걸까? 설마 방금 전은 아닐까? 서로 연결된 느낌을 받는다. 평소 만나고 싶던 몇몇 작가들까지 떠올려 보며, 이걸 계기로 번개 모임이라도 해보면 재미있겠다 싶다.
그냥 지나치려 했는데 그래도 남기고 가라는 아내의 성화를 핑계 삼아 벽에 한 자락 남겨 보았다.
“나에겐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에겐 특별한 이야기가 됩니다. 그게 글을 쓸 이유”
물론 출간된 책 제목 살짝 홍보도 하고.. ^^
‘브런치’라는 말을 들으면 남들은 음식을 떠올릴 때 난 글쓰기를 생각한다.
그만큼 특별하고 즐거운 기억으로 가득하다.
다녀오니 은근히 자극이 된다.
언제나 돌아오는 평범한 토요일이지만 특별했던 하루 나들이는 이렇게 글감이 되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