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 Gantt Chart
다양한 규모의 ‘과제’ 또는 ‘프로젝트’라고 부르는 일을 오랜 기간 수행해 왔다. 과제원이 되기도 하고 리더로서 끌고 가는 역할도 했다. 그동안 무난히 잘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전략 부서에서 연구소의 과제들의 기획과 설계, 운영에 참여하면서 과거에 한 일들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특히 문화와 일하는 방식이 전혀 달랐던 회사에서 경험을 쌓고 온 상사에게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에 대해 배우고 있다.
지난 몇 달 지난한 과제 선정의 과정을 경험했다(언젠간 이것에 대해서도 쓸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길을 가야 했기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요약하자면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하도록 세팅하고, 고민하고, 논의하는 시간의 반복이었다. 회사니까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을 과제로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그런 당연함을 비즈니스와 연계하는 고리가 생각보다 약한 경우가 많다. 몇 가지 이유들이 떠오르지만 대부분 ‘충분히 고민’ 하지 않아서다. 연구자들이 쉽게 빠지는 함정은 기술적 우위에 대한 자긍심만 있을 때다. 사업 기여와 연관성을 높이기 위해 유관 부서와 협의의 긴 터널 끝에 과제를 정교하게 다듬고 또 다듬었다.
이후 달라진 프로세스 중 하나는 소위 Work Breakdown Structure 중 Gantt Chart 작업을 하는 것이었다. 목표가 명확하고 달성할 KPI가 구체적이라면, 이제 열심히 달리면 되는 것 아닐까? 그런데 의외의 상황을 만나게 되었다. 꽤 많은 과제 리더들 - 경험이 많든 적든 - 과 인터뷰를 해보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과 큰 방향성은 있지만, 과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적인 과정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지 않은 채 일단 시작하려고 했다. 마치 신발끈을 제대로 묶지 않은 채 경기장 안으로 급하게 뛰어든 운동선수를 보는 듯했다. 고백하자면 나도 그렇게 급하게 뛰어들었던 사람 중의 하나였다. 체계 없이 그냥 했던 과거.
*보통 Work Breakdown Structure를 검색하면 Level에 따른 to-do를 구조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마치 회사 조직도를 보는 듯하다). Gantt Chart는 각 to-do 또는 과업 task을 과제 기간에 맞춰 횡으로 배열하는 것이 특징이다.
목표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밟아야 할 과정들이 있다. 그런 일련의 과정들을 과업별로 쪼개어 분리하고, 시간의 흐름에 맞게 배열한다. 글쓰기에 비유하자면 개요를 짜는 것과 같다. 이러한 구조화 작업의 장점은 반드시 수행해야 할 과업들을 생각하고 정리함으로써 리더 스스로 업무 체계를 갖추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효율적 운영의 기초를 마련할 수 있다. 과정(과업) 중 일부는 상호 의존적이라서, 앞선 단계를 완수하지 못하면 다음으로 넘어가지 못한다. 그걸 정리해 두면 어느 단계에서 의사결정이 일어나는지 자연스럽게 파악된다. 반면 비의존적, 독립적으로 운영해도 되는 과업은 투여할 자원만 잘 배분하면 병행하면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그러므로 리더는 과제를 직접 수행하는 역할도 있지만 bird eye view를 통해 전체적인 그림을 보고 조망하는 역량이 필요하다. 내가 하는 일은 우선 Gantt Chart의 얼개를 짜도록 질문하는 것이다. 과정과 결과물을 통해 과제 리더가 편협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더 넓은 시야에서 과제를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것을 반복적으로 함께 하다 보니 과제원은 아니지만 이해도가 무척 높아지게 되었다.
Work Breakdown Structure 작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데 있어 하나의 팁을 주자면 과제의 핵심, 즉 가장 중요하고 달성해야 할 목표 (main goal)에서부터 생각을 시작하라는 것이다. 어떤 리더는 목표는 잘 알면서도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각 과업들의 중요도나 우선순위를 채 정하지 못하고 쩔쩔매고 있었다. 기왕 하게 된 과제를 통해 검증하고 싶은 가설과 실험이 많다는 것은 이해한다. 그렇지만 한정된 자원으로 정해진 시간에 목표를 달성하려면 일의 우선순위, 중요도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혼란한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던진 질문은 바로 ‘과제에서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목표)’에 대해 정의하자는 것이었다. 그걸 결정하고 나니 비로소 중요한 일과 하면 좋은 일, 반드시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구분되기 시작했다.
굳이 귀찮은 이 작업을 해야 할까? 목표가 명확하면 연구개발이야 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들 수 있다. 시행착오라는 그럴듯한 표현이 있다. 좌충우돌, 뚝딱뚝딱거리면서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기도 하지만 그런 방식이 효율적인 자원의 활용은 아닐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자원은 시간일 수도 있고, 연구비일 수도 있고, 맨파워일 수도 있다. 그 모든 것이 합쳐진 종합적인 기회비용의 손실은 어쩌면 예상치 못한 비즈니스 기회의 손실로 연결된다. 그러니 애초에 무엇을 챙기고 리스크를 관리할지 큰 그림을 그려두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