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노도 서포 김만중문학관에서 놀토 한 날
얼마 전 새부산시인협회에 지인 추천으로 신입회원으로 가입한 후 참여한 '봄맞이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낯선 회원과의 만남은 서툴고도 흥미롭다.
글을, 시를 쓴다는 공통점 하나로 쉽게 뭉칠 수 있는 또 다른 이웃들.
버스에 오르자 회원 가입 때문에 몇 번 문자 메신저로 왕래했던 사무국장님, 해운대문학회에서 함께 활동하는 지인을 만났고, 먼발치에서 시인 강영환 님도 보는 등 그리 낯설지 않은 자리였다.
목적지는 경남 남해 상주면에 있는 '노도'란 섬('노도'는 배를 젓는 노를 많이 생산하였다고 하여 붙인 이름 같다고 함), 그 섬은 조선 인조왕 때 출생해 숙종 때까지 시화평론집 '서포만필', 국문소설 '사씨남정기', '구운몽' 등의 작품을 남긴 문학사의 큰 어른 '서포 김만중'의 유배지이자 역사의 뒤안길로 가신 곳.
그분의 작품세계와 국문 정신을 기리고자 남해군과 서포 김만중문학관이 '김만중 문학상'을 제정하였다고 한다.
스텝들이 힘들게 준비한 서포 김만중의 생애와 작품 설명 자료집, 김밥 등 맛난 것을 넣은 정성과 재미있는 진행 등 덕분에, 서포 김만중의 생애와 문학사적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경관이 수려한 남해 상주면의 섬 '노도'와 김만중의 생애 흔적들이 묻은 마을길을 밟고, 서포 김만중 문학관에서 남해군청 문화해설사의 재미난 해설을 듣는 등, 서포의 문학세계로 빠져 들어간 놀토였다.
귀가하는 버스 안에서, 미리 시제로 준 서포 김만중 님의 '구운몽', '사씨남정기' 등에 대한 3행시 및 5행시 쓰기 대회에 회원들이 정성스레 작성 제출한 3행시, 5행시들이 깊이가 있고, 문학성 있는 글도 많았지만, 회원들에게 웃음을 주는 위트 있는 시라며 1등으로 뽑아준 나의 오행시로 상품도 받고, 신입회원인 나를 선배 회원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즐거운 여행이었다.
<사씨남정기를 5행시로 비틀다>
목적지와 내용을 정해두고 떠나는 여행길은 쉽다.
스텝들이 준비해 둔 차편, 도시락, 간식이 있고,
공감으로 뭉친 회원이란 또 다른 이웃이 함께하고,
푸른 바다가 둘러친 벚꽃의 영토, 쑥과 냉이의 영토
문학이란 파도에 떠 있는 섬, 서포 김만중의 생애가 서린 곳,
그 섬 '노도'에,
풋내나 떫은맛 시인도 있었다.
중년의 시인이 5행시의 시제를 받아
여행 기분에, 노도 경치에 흠뻑 취해 얼굴 붉게 쓴 무리 언어로
어머님이 보고 싶어 더 고단했던 유배지 서포 김만중 님도
하늘에서라도 웃길 바래 쓴 5행시.
사..... 사랑의 결실을 맺고자 하나,
씨..... 씨가 말랐습니다,
남..... 남자면 다 사내냐고 그녀가 푸념하네요,
정..... 정정할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어느새,
기..... 기운 내서 오늘 다시 시도해보려 하는데 괜찮을까요.
세월이 쏜 살 같이 날아가는 날
내 화살은 더 빨리 더 멀리 가버리는 날
위트와 재치마저 기쁘게 서글퍼
단숨에 써버린 오행시
'사씨남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