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하나 주워 하늘에 다시 붙인 하루
지긋지긋한 정치, 집값, 물가, 청년 취업난 등을 생각하면 별로 웃을 일 없는 하루하루 아닌가.
그래도 개그 프로를 보며 신나게 웃고 있었다
휴대폰벨이 울린다.
휴대폰도 감정이 있어 전화벨로 그 느낌을 알린다. 싸늘하고 착잡하다.
형!, 어릴 때부터 함께 하는 모임 총무의 연락이다.
"야! 니는 맨날 여자가 나한테 형님이라고 하노 징그럽게, 오빠라고 해봐... 봐..."
휴대폰 너머로 1주일 만에 통화하는 후배 숨소리는 가늘고 길게 서늘했다.
"밴드 봐 봐 형...",
"왜. 왜....." 귀에서 겨울바람이 불었다.
"성동 형이 어제 홀로 화왕산 산행을 하다가 산길 구석에 쓰러져 있는 것을, 다른 등산객이 발견한 후 119에 신고하여 헬기까지 동원해 병원으로 후송했는데, 이미 숨졌다는 연락을 받아 밴드에 부고 문자 올렸... 어... 요"
말 끝이 모로스 기호 같았다.
사업 실패 등으로 많이 힘들어했고, 심장에도 무리가 와 스텐트 시술까지 받는 등 녹녹하지 않은 생활 때문에 스트레스로 늘 담배와 술을 즐겨했던 삶이었는데, 홀로 화왕산 등산길에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이다.
이게 삶인가?,
우리도 함께 갈 여정의 끝이라고 자위하지만, 하루가 송두리째 무너졌다.
착하디 착한 성동 兄!!!
그날 밤 떨어진 유성을 주워 하늘에 다시 붙였다. 은하수에 날개 단 별 하나를 다시 새겨 넣었다.
<유성(流星)을 주워 하늘에 붙인 날>
산길을 걷다 돌멩이 차이듯
오늘도 유성은 몇 번씩이나 천마산으로 떨어지네요
뭇별에서 떨어진 편린(片鱗)
은하수는 지구에 보내면서도 이름을 불러주지 못해
침묵하며 울었습니다.
죽음도 그렇지요
우리에게서 조금씩 사라지는 시간처럼
잡을 수 없고, 주머니에 넣어둘 수도 없기에
나이를 먹어가면서 이골이 나 아쉽거나 무섭지는 않습니다
걸어가야 할 우리의 방향이 같기에 더욱.
먼저 가거나 먼저 보내는 것은 세끼 밥먹 듯 흔한 일
악수라도 아니, 포옹을 해주지도 못했고,
커피라도 한잔 하며 얼굴 보십시다라는 전화 한번 못했는데
산길에서 '갈께'란 말 조차 없이 없이 헤어진 게 슬플 뿐
고단한 삶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떠난 형은
유성이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된 영전이겠죠
하늘에서 다 보겠지요
하늘이 맑고, 바다는 푸르고,
여전히 우리는 구부러진 허리를 펴며 분주해하는 모습을.
가소로워 웃음도 나겠지요
개미처럼 바삐 움직여도 정답은 없다는 것을 알기에
고통스러워도 지나가면 다 해결될 것임을 알기에.
성동 兄,
별처럼 빛나게 살아요
그날 밤 떨어진 유성을 주워 하늘에 다시 붙여 놓았었요
은하수에 날개 단 별 하나 다시 새겼네요,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