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도덕(道德)

성욕과 도덕 사이는 어디쯤일까

by 대우

<Poem_Story>


수술이 끝났다.

살아오면서 몸 속에 담아 둔 탐욕 등이 뱃속에 매달린 피주머니로 조금씩 빨려 나왔다.

미이라처럼 누워 묵언하며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지 않았다.


중환자실은 전쟁터다.

수술이 끝나 마취가 서서히 풀려가는 환자의 신음소리, 뇌 수술 후 섬망 증세로 침대에 사지를 묶어 놓은 환자가 발버둥을 치고 지르는 소리.

모두 살고 싶습니다라는 아우성이었다.

펄럭이는 노스탈쟈의 손수건이자 소리가 있는 아우성이다.


중환자실로 이동된지 3일이나 지났다는데 기억이 없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게 좋았다.

물 먹은 스펀지처럼 몸뚱이는 지쳤고, 혈관사이로 계속 투입되는 약들은 수면제인지 몰핀인지 몽롱하였다. 그냥 그렇게 편하게 하늘로 가는 것도 괜찮을까.

면회시간은 짧았고, 병실 밖에서 기다리던 환자 보호자가 우르르 쏟아져 들어왔다.

제일 앞쪽 침대에 누워있으니 사람들이 침대 곁을 지날때마다 알코올 냄새는 달아났고, 바깥 공기에 살면서는 느껴지지 않던 진하게 뿌린 향수 냄새가 뇌뢰에 꽂혔다.

그 향수 냄새는 섹시했다.

어릴적부터 가스라이팅 해온 도덕(道德)과 이성(理性)이 하찮아지는 향기였다.




<하찮은 도덕(道德)>


아픔 품은 주사 바늘이 손톱 사이를 마구 찔렀다

몸이 부러졌나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어 묵언하는 미이라가 되었다

그냥 몰핀에 취해 하늘로 가도 땡큐지

몇일 사이 알코올 냄새, 포르말린 냄새가 익숙해지더니

배에 피주머니를 주렁주렁 달고도 모든게 잊혀졌다

아프다는 생각만 하면 되는 시간들이 오히려 고맙고 머리가 맑아었다.


몇일 동안 감지 않은 머리는 간지럽고 쉰내가 났다

휠체어를 가져왔다

세면대에 뒷머리를 대고 누웠다

댓가를 받고 정성스럽게 머리를 감겨주던 헤어샵 김여사님 손길 같이

따뜻한 물이 머리카락을 타고 뇌속으로 스물스물하다

두피를 비비자 뭉글뭉글 샴푸 라벤다향이 숲길을 걸었고 산들바람도 불었다.

그녀의 숨소리도 얼굴로 쏟아졌다

네 손길이 이렇게 부드러웠니...


모세혈관으로 라벤다 향내, 얇아져 가는 두피,

그녀의 어설퍼 선 손길마저 스며들자

터치되는 성욕

도덕과 이성이 하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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