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 지독히 사랑했어

엄마의 유전은 지독해

by 대우

<Poem_Story>


뒤척였어 밤새,

휴대폰에 사는 새벽닭이 울어 겨우 깼어

긴 밤 그 무서운 밤,

눈은 감고 있었도 감춰진 뇌는 미세혈관처럼 섬세하고 미치게 맑았어


큰 결정을 앞두거나 어떤 방향으로 삶을 걸어가야 하나 걱정될 때

엄마의 걱정스러운 그늘은 손톱만큼도 보지 못하고 못됐고 편하게 물었지

유명 철학관 점쟁이 보듯, 그 입에서 나오는 말을 기대하며 뻔뻔하게.


"엄마, 나 이거 이렇게 할 건데 어떨까, 괜찮겠지.",

"잘 해낼 수 있을까.", "내가 올바른 선택을 한 걸까." 으-앙 걱정돼


"그래, 넌 잘 해낼 수 있어, 잘될 거야, 엄마 믿고 해 봐, 잘할 수 있잖아 두려워 마..."

"니 뒤에 아주 큰 빽인 부처님 있고, 하나님 있고, 아빠 있고, 나 있잖아, 뭘 걱정하니 ㅎㅎ.",


얘야, 엄마도 두렵고 걱정된단다.

네가 선 방향이 맞는 건지, 그 방향으로 가면 잘될 건지, 실망해서 상처받지 말아야 할 텐데 우리 아이, 하느님, 부처님, 산신령님 모든 게 만사형통 잘되도록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엄마의 독백은 늘 무겁고 간절하고 절박하면서도 대답은 새털처럼 가벼웠기에 결정할 일들을 편하게 결정했었지.


"걱정돼서 잠도 안 오는데 아주 쉬운 것처럼 말을 해 엄마는",

"나한테 관심이나 신경은 쓰는 거야, 맨날 잘될 거고, 내가 하는 선택은 늘 옳다고 만 해 짜증 나게."


이제 세월이 흐르니 엄마가 되고, 성년으로 자식을 키워내 보니

새털이 되고, 부처님 하나님도 되고, 유명한 철학관의 도사가 된 것이 우리 관계였네.


엄마의 유전은 지독해, 우리 닮아가네.




<엄마, 우리 지독히 사랑했었지>


차가 대로로 진입할 때까지 베란다 창문으로 한참 손을 흔들어 주던 모습이 그랬고,

좋아하는 미역국을 목구멍에 찰랑거릴 때까지 그릇에 채워주던 모습이 그랬고,

짜장면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덜어 주던 모습이 그랬고,

묵직한 슬픔에도 눈물을 보이지 않던 독한 모습이 그랬고,

손가락에 침 묻혀 방바닥 머리카락을 줍는 모습이 그랬고,

관광버스 승차와 하차 때까지 춤추며 노래하던 신명이 그랬고,

목돈을 만들어 써보지도 못하고 숨겨두었다 한방에 톡 털어 남 좋은 일 시키는 모습이 그랬고,

칼국수를 밀어 이웃과 나눠 먹는 걸 좋아해 비좁은 방구석에 매일 사람을 불러 모은 게 그랬고,

모든 게 잘될 거니 걱정은 붙들어 매두라며 새털처럼 말하는 습관도 그랬네.


나이가 드니 내가 그러고 있어 엄마,

타박하며 서운해하던 지독한 유전_우리 관계,

그런 게 왜 이젠 그립지.


안녕 엄마,

끙끙 앓던 긴긴밤에도 내 곁에 오지 않더라

올라가 보니 하늘도 그냥저냥 살만한 세상인가 봐

닮아가네요 점점 말투와 행동이

엄마의 유전은 지독한가 봐요

엄마, 우리 지독히 사랑했었나봐요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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