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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터칼로 3층 건물 자르기

이웃간 토지에 건축된 3층 주택 반쪽 철거 집행

by 대우

"집행관님, 부동산강제철거집행신청 사건이 접수되었는데...

아...ㅎ 골치 아프게 생겼습니다."

"3층 건물을 커터칼로 도화지 자르듯 철거해야 되는데 가능할라나 모르겠심다."

담당 직원의 긴 한숨과 걱정이 휴대폰을 타고 넘어온다.

분쟁이 되는 부분이 원고의 땅을 일부 침범하여 건축된 피고(채무자)의 주택 일부를 철거하라는 내용의 판결이었기 때문이다.


부동산인도집행이나 부동산강제철거 사건은 채권자(원고)와 채무자(피고)가 각자 실력이 좋다는 변호사를 많은 선임료를 주고 선임한 후, 1심에서 대법원 상고심까지 적어도 1년 이상, 법정은 물론 법정 밖에서 치열하게 다투었고, 결국 원고 승소로 판결이 확정되어 집행에 이르게 되기에,

패소한 자는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해 있어 법원의 패소 판결을 인정하지 않고 억울해할 뿐 아니라,

그 울분은 면도날 같이 예리하여 당사자들은 물론 집행관에게도 깊은 상처를 남긴다.


그래서 패소한 채무자는 인도(명도) 사건이나 철거사건 집행단계에 자신의 집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겠다며 칼이나 몽둥이를 들고 저항하거나, 철거 현장 차량 바퀴 아래 들어가거나 건물 안에 드러눕는 등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므로 집행관이 꺼려하는 집행 업무 중 하나이다.


비슷한 사례로 언론이나 방송에도 보도된 서울 장위10구역 사랑제일교회 명도집행 사건이나, 서촌 궁중족발 식당 명도사건으로 채권자와 채무자, 이해관계인 등의 신체와 마음에 심한 생체기를 입힌 사건이 대표적이다.




채권자(원고)와 채무자(피고) 집안은 1미터 정도 건물 벽을 맞댄 30년 지기 이웃인데, 원고인 부모가 사망하자, 그 상속인 자녀들이 피고가 자기 토지를 일부 침범하여 건물을 지었으니, 침범한 토지에 있는 건물 일부를 철거하여 달라며 법원에 부동산강제철거 소송을 청구하였고,

이에 반소한 피고는 십 수년 전 위 건물을 지을 때 이웃으로 친하게 지낸 원고(반소 피고)의 부모에게 돈을 얼마를 주고 토지 일부를 매수하여 건물을 지은 것이라고 주장하였다고 하나, 오래된 계약서나 돈을 지불한 거래내역, 확인서 등 서면이나 이웃의 증언 등도 없어, 아니 이웃 주민들도 이웃간이라 당사자들의 증인을 거부하는 등 증거자료가 없어 결국 패소하자, 채권자는 그 판결문을 집행권원으로 법원 집행관사무소에 건물 철거 대체집행을 신청한 사건이었다.


# 대체집행이란 : 원고(채권자)가 채무자 즉, 패소한 피고에게 판결문 내용대로 거주하는 건물의 일부를 철거를 이행하여 달라는 요청을 하였으나 응하지 않아 채권자 신청에 의해 채무자 비용으로 제삼자인 집행관에게 대신 철거를 요청하여 집행하게 하고, 그 철거 비용은 추후 채무자를 상대로 별도 대체집행비용확정 신청을 통해 법원의 결정을 받아 상환받는 방식이고,

또한, 승소한 판결문(집행권원)만 있다고 되는 것은 아니고, 승소한 판결문을 근거로 법원으로부터 집행을 거부하는 채무자를 대신하여 집행관이 철거를 할 수 있도록 대체집행문을 결정받아서 집행권원과 함께 제출하여야 집행을 실시할 수 있음.




담당자에게 강제집행신청사건 기록을 넘겨받아 검토한 바, 판결문 등을 통해 철거 집행을 실시하기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철거해야 하는 부분이 피고의 3층짜리 건물 절반을 삼각형 모양으로 절단해서 철거를 해야 되는 집행이라, 당사자간 협의 되지 않아 철거에 들어갈 경우 피고의 가족들을 일단 건물에서 나오게 한 후 건물을 철거하는 것이라, 집행 시 저항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철거비용도 생각보다 많이 들고,

특히 철거 후 채권자(원고)는 자신들이 부담한 철거 비용 채권을 갚아주지 않으면, 그 미변제를 근거로 소송비용 확정 판결을 받아, 철거로 남은 건물마저 강제경매 신청을 하여, 피고는 결국 토지와 건물까지 빼앗길 수 있는 무서운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과장님, 일단 현장 확인을 하고, 채무자를 만나 강제철거집행 예고를 하고, 채권자 측과 협의가 되도록 설득해 보고, 최후에 협의가 안되면 집행절차에 대해 의논해 봅시다"

안타깝다는 듯 담당 직원은 "부모님 때부터 서로 40년 지기 이웃인데, 서로 피해보지 않고 현명하게 해결시키는 게 좋은데 걱정입니다."



접수 후 며칠 뒤 채권자 대리인인 변호사 측과 철거 대상 건물인 3층짜리 채무자의 주거지를 방문하였고, 건물 2층에 거주하는 채무자의 모친을 만나 건물 내 점유자(거주하는 사람)를 문의하니, 위 건물 1층에 채무자가 거주하고, 2층에 채무자 모친인 본인이, 3층은 비어 있어 채무자의 가족 외에 다른 점유자가 없음을 확인하였고,

집행관이 모친에게 강제철거집행 예고문을 건네며 1층에 거주하는 채무자인 딸에게 예고문을 보여주라고 안내를 하자 북받친 화가 치미는지, "집 지을 때 그 놈들 부모에게 돈 주고 토지를 사서 건물을 지었는데, 부모가 사망하자 그 자손 놈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소송까지 해서 판사까지 속이고 사기를 친 건데...",

"아이고... 동네사람들 보소... 이런 쳐 죽일 놈이 어디 있노...철거까지 당한다니 철거까지..."

"내가 죽어도 내 건물에서 죽지 철거하는 꼴은 못 봐."라며 울분을 토해냈다.


격분하는 목소리에 놀란 동네 사람들도 한 명 두 명 모여 이웃 간에 일어난 송사에 대해 안타깝다는 듯, 서로 조금씩 양보하여 합의를 했으면 됐는데 이 지경까지 왔다며 쯧... 쯧... 혀를 찼다.

철거해야 할 문제의 건물은 대로변에 위치해 있고, 옆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니 피고의 건물 뒤 쪽에 원고의 건물이 있어, 피고의 건물이 일부 철거되고 나면 원고의 건물이 좀 더 경제적 가치가 상승할 수 있겠으나, 철거해야 할 부분이 피고 건물의 뒤쪽 절반을 삼각형 모양으로 철거해야 되고, 정확한 철거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측량은 물론, 철거 후 건물이 무게를 지탱해 주거 안전에 문제가 없는지 안전진단까지 마친 후에 건물 철거 집행 시행 여부를 결정할 문제였다.


집행관은 채권자 대리인에게 본 사례의 철거 집행은 오래된 3층 짜리 건물이고 철거해야 할 부분도 건물의 절반을 삼각형 모양으로 철거하는 것이라 기술적으로도 문제가 있을 수 있으며, 측량 비용과 안전진단 비용도 많이 들고 철거 후 건물의 안전 문제도 있으니, 채권자에게 채무자와 협의가 잘 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협의를 해보라고 권유하자,

"안 그래도 설득해 보려고 문의하였으나 채권자는 비용이 얼마를 들어도 상관이 없으니 철거집행을 해달라고 요구합니다., 다시 말씀은 드려 보겠지만 소송 전부터 대법원 3심까지 돈도 많이 쓰고 감정도 상할 대로 상해 협의하지 않고 강제철거를 강력히 요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래도 피고의 3층짜리 오래된 건물을 칼로 도화지에 그린 그림을 오려내 듯 건물 반을 삼각형 모양으로 쉽게 자를 수 있겠습니까"라고 하소연하자,

"그렇게 말입니다. 저 3층짜리 건물을 삼각형 모양으로 어떻게 자르지...",

"오히려 상처받은 서로의 마음을 칼로 도려내어 합의시키는 게 더 합리적일 것 같은데 걱정이네요..."


- 조만간 실제 철거 집행에 이를까?

- 이웃인 당사자간에 극적 타결이 될까?

- 결국 철거에 이르게 되면 3층 짜리 건물을 커터칼로 도화지 그림을 자르 듯 정확하게 삼각형으로 잘라낼 수 있을까?

- 철거 시 저항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채무자와 그녀 모친은 어떻게 주거지에서 내보내고 철거를 해야 되지 등의 걱정거리만 남겨두고 그 자리를 떠났으나,


해가 지는 오후처럼 집행채무자와 집행채권자의 감정에도 서서히 해가 지고 있었다.


"그래도 내일이면 해가 다시 뜨잖아" 집행관이 직원에게 농담을 던지는 늦은 오후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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