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을 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월요일 아침, 차 시동을 걸기 전이었다.
핸들을 잡은 채로 몇 초간 멈춰 있었다.
사고가 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스쳤다.
크게 다치지 않을 정도로, 그냥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생기면 좋겠다는.
주간보고가 있는 날이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무엇을 했는지 정리해서 말해야 하는 시간.
그런데 나는 무엇을 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침부터 몸이 무겁고 부어 있었다.
요즘 계속 그랬다.
시동을 걸고 출근길에 올랐다.
지난 일주일이 떠올랐다.
월요일, 새로운 자료를 받았다.
읽기 시작했는데 모르는 용어가 나왔다.
검색창에 입력하고, 새 탭이 열렸다.
그 설명을 읽다가 또 모르는 개념이 나왔다.
다시 검색했다. 탭이 하나 더 늘었다.
한 시간쯤 지났을 때, 브라우저엔 수십 개의 탭이 떠 있었다.
나는 여전히 첫 페이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집중이 안 됐다.
글자를 읽어도 머릿속에 남지 않았다.
화요일,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나씩 제대로 이해하려고 했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오후 세 시가 되고, 퇴근 시간이 다가왔다.
자리에서 일어섰을 때 어지러웠다.
물을 마시고 잠깐 눈을 감았다.
모니터를 보며 생각했다.
‘오늘도 이게 다야?’
수요일, 방법을 바꿨다.
일단 빨리 훑어보기로 했다.
전체 맥락을 먼저 파악하고, 나중에 깊이 들어가면 되니까.
자료를 넘기다 보니
나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채 끝까지 가 있었다.
목요일도, 금요일도 비슷했다.
뭔가를 하고 있긴 했다.
그런데 제대로 한 건지 확신할 수 없었다.
밤에는 잠이 오지 않았다.
아무리 자도 피곤했다.
토요일 오후엔 멍하니 있다가 또 자료를 찾아보다가 반복했다.
회사 일이 자꾸 떠올랐다.
일요일 저녁, 시계를 자꾸 봤다.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월요일 아침이 왔다.
회의시간 십분 전, 화장실 거울 앞에 섰다.
얼굴이 부어 있었다.
물로 얼굴을 씻고, 심호흡을 했다.
회의실에 들어갔다.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에 앉았다.
한 명씩 돌아가며 보고를 시작했다.
첫 번째 사람이 말했다.
막힘없이 설명하고, 질문에도 바로 답했다.
두 번째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내 차례가 다가왔다.
심장이 빨라졌다.
“이번 주에는 이 부분을 검토했고요…”
말을 이어가는데, 누군가 물었다.
“이 부분은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셨어요?”
질문은 차분했다. 공격적이지 않았다.
그런데 내게는 날카롭게 들렸다.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아, 그 부분은… 아직 완전히는…”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내 자신 없는 대답에 바로 피드백이 왔다.
“아직 생각 안 해보셨구나. “
회의실을 둘러봤다.
다른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화면을 보고 있었다.
아무도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확신했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는 걸, 나만 모르고 있구나.
회의가 끝나고 자리로 돌아왔다.
모니터를 켰다.
해야 할 일 목록을 봤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었다.
집중하려고 했는데 글자가 흐릿하게 보였다.
눈을 감았다 떴다.
나는 이전 팀에서는 꽤나 일을 잘해왔던 사람이었다.
예전엔 모르는 게 있어도 이렇게 무너지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마음은 조급한데 몸이 따라주지 않았고,
몸이 안 따라주니 일이 더 안 됐고,
그게 다시 나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처음이니까 모를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말을 스스로에게 해줄 수 없었다.
‘시간을 더 쓰면 되잖아.’
‘다른 사람들도 다 해내는데.’
퇴근 후 차에 올라탔다.
시동을 걸고,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신호등 앞에서 멈췄다.
빨간불을 보고 있었다. 생각에 빠져 있었다.
뒤에서 경적이 울렸다.
깜짝 놀라 앞을 봤다.
파란불이었다.
얼마나 멍하니 있었던 걸까.
액셀을 밟으며 생각했다.
내일도 또 이런 하루가 올 거라는 걸.
그리고 다음 주 월요일에도
나는 또 주간보고를 해야 한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