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병원에 가야 하는 사람
몸이 이상하다는 걸 안 지는 꽤 됐다.
처음엔 그냥 피곤한 거라고 생각했다.
일이 바뀌고, 적응하느라 힘들어서 그런 거라고.
조금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몸이 무겁고 부어 있었다.
출근 준비를 하다가도 자꾸 앉아서 쉬어야 했다.
책상 앞에 앉아 있으면 글자가 흐릿하게 보였고,
집중하려고 하면 머리가 아파왔다.
밤에는 잠이 오지 않았다.
겨우 잠들어도 새벽에 깨서 다시 잠들지 못했다.
그렇게 아침이 오면 몸은 더 무거웠다.
일을 하려고 해도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회의 중에 어지러워서 잠깐 자리를 비운 적도 있었다.
화장실 거울을 보면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다.
‘이러다가 일을 못 하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병원에 갔다.
진료실에 앉아 증상을 설명했다.
“언제부터 그러셨어요?”
의사가 물었다.
“한 두 달 정도 된 것 같아요.”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었다.
어느 순간부터 몸이 이상했고,
그게 점점 심해졌다.
검사를 받고 일주일 뒤에 결과를 들으러 다시 왔다.
“호르몬 수치가 정상이 아니네요.”
의사가 검사 결과지를 보여주며 말했다.
수치를 가리키며 설명했지만,
나는 그 숫자가 정확히 뭘 의미하는 건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치료가 필요해요. 약을 처방해 드릴게요.”
예상했던 말이었다.
그런데 막상 듣고 나니
안도감보다는 막막함이 더 컸다.
“매달 와서 검사받으셔야 해요.”
의사가 덧붙였다.
매달.
그 말이 무겁게 들렸다.
처방전을 받아 들고 진료실을 나왔다.
약국으로 갔다.
처방전을 내밀고 기다렸다.
“한 달 치예요. 식후 30분에 드세요.”
약사가 약봉지를 건네며 설명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회사에서도 챙겨 먹어야 하는구나.’
‘매달 병원에 와야 하는구나.’
‘검사도 매달 받아야 하는구나.’
집에 돌아와 약봉지를 테이블 위에 놓았다.
한 달 치 약이 생각보다 많았다.
이제 아픈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아침마다 약을 챙겨야 하고,
매달 병원에 가야 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사람.
몸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도,
이렇게 된 것도,
다 내 탓 같았다.
일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데,
몸까지 이 모양이니.
내일도 출근해야 했다.
회의도 있었다.
약을 먹는다고 해서
당장 뭐가 달라지는 것도 아닐 텐데.
테이블 위의 약봉지를 보며 생각했다.
‘언제까지 이래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