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도, 끝도

서로가 서 있는 방향이 정반대였다

by 나니

우리는 평생을 약속했었다.

함께할 미래를 그렸다.

그 이야기를 꺼낸 건 너였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네가 원하는 것과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다르다는 걸.

그 이야기를 했었다. 평생을 약속하기 전에.

“나는 그걸 채워줄 수 없어.”

분명히 말했다.

너는 알겠다고 했다.

괜찮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시작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다른 것’이 점점 커졌다.

모든 게 좋았는데 딱 한 가지 이 문제만 너무 달랐다.

“우리 이야기 좀 하자.”

또 앉았다. 같은 이야기였다.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노력했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

“서로 노력하고 있는데 이대로도 안될 것 같아?”

대화를 이어갔다.


그런데 결국 같은 곳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함께할 수 없다.’

그 결론.


다음 날도 우리는 또 앉아서 같은 이야기를 했다.

다시 잘해보려고 했다.

그런데 대화를 하면 할수록

서로가 서 있는 방향이 정반대라는 걸 알게 됐다.

“그럼 우리 어떻게 해야 해?”

같은 질문이 또 나왔다.


한 달쯤 지났을 때 나는 완전히 지쳐 있었다.

매일 같은 대화를 하고 매일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아.”

일년이 채 가지도 못해 끝을 이야기한 것도 너였다.

시작도, 끝도.


너무 원망스러웠다.

분명히 말했었다. 처음부터.

‘나는 그걸 채워줄 수 없어.’

그런데 너는 괜찮다고 했고

우리는 시작했고 결국 네가 끝을 냈다.

배신감이 들었다.

그런데 동시에 내가 선택한 일이기도 했다.

시작하기로 한 것도 나였으니까 책임이 있었다.


친구들에게 연락이 왔다.

답장하지 않았다.

“요즘 어떻게 지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만나자는 말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사람을 만나는 게 싫었다.

대화하는 게 싫었다.


일도 버겁고

몸도 안 좋고

이제 관계마저.

아무것도 감당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