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째의 쉼

알듯 말 듯 잘 모르겠지만

by 나니

고작 열흘이 지났다.


휴직을 하고, 긴 추석 연휴가 끝난 뒤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어느새 발리에 온 지 열흘째다.


혼자 여행할 때 나는
특별히 관광을 하거나 투어를 다니지 않는다.
그냥 그 동네 사람들의 일상을 보고,
그 속에서 잠시 머무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발리는 조금 다르다.

관광 도시라 그런지,
내가 추구하는 여행의 결과는 조금 어긋난 느낌이다.
짱구는 특히, 같이 즐길 사람들과 함께라면
더 좋을 것 같은 곳이다.


그래서인지 ‘여행 중’이라는 느낌은 잘 들지 않는다.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가지만
특별히 하는 일은 없고,
무언가 해야 할 것 같은데
정작 뭘 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온전히 쉰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
아직 마음의 여유가 완전히 생기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


며칠 전엔 몸이 답답해서 운동을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Island Sports Canggu에 갔다.
빠델, 테니스, 골프, 수영까지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나는 오랜만에 골프채를 잡았다.
공을 칠 때마다 머릿속이 조금 비워지는 느낌이었다.
생각이 많을 땐, 몸을 먼저 움직이는 게
가끔은 도움이 된다.


몸이 좋지 않았던 날엔
입맛이 없었지만 뭔가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Twin Tide Eatery로 향했다.
나시고랭 한 접시, 그 평범한 맛이

그날의 작은 위로가 되었다.

그래서일까, 짱구에서 지내는 동안 두 번이나 방문했다.


그리고 어느 날,
더위에 못 이겨 결국 gojek을 켜서 오토바이를 탔다.
처음엔 조금 무서웠는데,
바람이 얼굴에 닿는 순간 기분이 이상하게 가벼워졌다.
걸어서 다닐 땐 몰랐던 자유로움이었다.
아무 일도 아닌데 괜히 웃음이 났다.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시간 같지만,
그 안에도 분명 작은 변화가 있다.
몸을 움직이고, 바람을 느끼고, 따뜻한 음식을 먹는 일들.
그 평범한 순간들이 나를 조금씩 회복시킨다.


하루하루 바쁘게 지내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쉬어가듯이 보내는 시간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것을

조금씩 배우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