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너피스
참았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지나고 보니, 꽤 오랜 시간 불안정한 상태로 지내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늘 조심했고, 배려가 지나쳤고,
마음이 편안한 공간이 없었다.
이따금씩 찾아오는 공허함이
나를 더 지치게 했다.
그래도 그 사이에
절대 잊을 수 없는 몇 사람이 있다.
나를 버티게 해 준, 고마운 사람들.
생각해 보면 나는 늘 좋은 사람들 덕분에 살아왔다.
이제는 회복이 필요하다.
조용하고, 평온한 시간이 필요하다.
몇 년 동안 조금씩 지쳐왔던 것 같다.
몸과 마음의 건강, 관계에서 오는 피로,
예상치 못한 일들 속에서
그저 버티는 법을 먼저 배워야 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다.
이제 비워낼 차례다.
짱구에 머물면서, 몇일만에 바다를 보러 갔다.
늘 가까이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한동안 찾지 않았던 곳.
파도 소리를 들으며 라 브리사(La Brisa)의 테이블에 앉았다.
맥주 한 잔과 깔라마리를 주문하고,
그저 바람과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마음이 잠시 조용해졌다.
회복은 거창한 게 아니라
이런 작은 평온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