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리, 완전한 쉼

by 나니

배를 타고 길리로 향했다.


발리보다 훨씬 작고 조용한 섬.

차도 없고, 오토바이도 없고,

그저 자전거와 말이 오가는 길.

시간이 더 천천히 흘러가는 느낌이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바다가 보였고,

선배드에 누워 커피 한잔을 마시며 책을 읽었다.

바다에 들어가면 거북이가 보였고,

자전거를 타면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해가 질 즈음엔 바다 앞에서 맥주를 마시며 석양을 봤다.

섬의 모든 풍경이 따뜻했고, 편안했다.


길리는 롬복에 속한 작은 섬으로, 발리랑은 또 다른 문화였다.

이슬람 신자가 많아 시간마다 기도 소리가 울려 퍼졌고 길

길에는 고양이와 닭이 돌아다녔다.

아침엔 닭 울음소리에 눈이 떠지기도 했다.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다 보면,

소들이 풀을 뜯고, 바닷가에는 말이 서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친절하고 따뜻했다.


한번은 핸드폰이 떨어진 줄도 모르고 자전거를 타고 달리고 있었는데,

마차를 타고 오던 사람들이 불러 세워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또 한번은 스노클링을 한 후 물벼룩으로 인해 온몸에 두드러기가 났는데,

우연히 간 카페 사장님이 그걸 보더니 약을 건네줬다.

이 모든 순간들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처음 길리에 오기 전엔 조금 망설였다.

휴양지라 심심할 것 같았고, 신혼부부나 가족들이 쉬러 가는 곳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스노클링이나 거북이는 이미 다른 여행에서 많이 봤으니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배 타고 오가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었다.


하지만 완전한 착각이었다.


길리에 머물며 새삼 느꼈다.

이미 경험해 본 일이라도

그때마다 느끼는 건 전혀 다르다는 걸.


이곳에 혼자 머물면서

“와 좋다.” “편하다”

이 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했다.


발리에서 가장 나에게 집중할 수 있었던 곳,

그리고 진짜 ‘지금’에 집중할 수 있었던 곳이

바로 길리였다.


그냥 며칠 쉬어가자고 왔던 길리였는데, 결국 더 머물기로 했다.


길리에서의 하루는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기분도 들지 않았다.

단순하게 하루를 보내도 편안했다.


그동안 나는

혼자 버티고, 혼자 지켜내야 하는 일들이 많다고 생각했다.

사람을 좋아했지만, 사람이 두렵기도 했다.


물론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뀐 건 아니다.

하지만 홀로 발리에 머물면서,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 덕분에

하루가 조금 더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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