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누르, 이곳에서 마주한 나

나에게 공감하는 법

by 나니

발리에서 여정을 마무리하고자 사누르에 왔다.


이동 시간이 길어서일까,

저녁을 마치자마자 피곤함이 몰려왔다.


쉬면서 여러 글을 읽던 중,

유난히 기억에 남는 글이 하나 있었다.


“어릴 땐, 진짜 나로 살 것인지,

아니면 받아들여질 나로 살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받아들여지는 나’를 선택한다고 했다.

부모에게든, 주변 누구에게든 버림받지 않기 위해서.

그렇게 진짜 나를 희생하며 ‘안전한 나’를 만들어 간다고 했다.


나 또한 그랬던 것 같다.

내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누군가 불편해했다면,

그 상황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조심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그게 나의 ‘살아가는 방식’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가면을 벗고 진짜 자신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또한 우리는 여러 방식으로 자신을 자책하고,

심지어 내가 나를 탓하고 있는지도 모를 때가 있다고 한다.


‘넌 지금 다른 누구보다 좋은 환경에 살고 있는데,

고작 이런 걸로 스트레스 받는다고?’


그런 생각이 스스로의 감정을 부정하게 만든다.

느끼는 걸 허락하지 않고, 비판마저 부끄러워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내가 나를 공감해주는 것’,

‘내가 의식하고 있는 것’ 자체가

변화의 시작이라고 했다.


그 문장을 읽고 한참을 멈춰 있었다.

정말 그랬다.

나는 늘 나를 다그치고, 감정을 억눌렀던 것 같다.

그게 더 단단한 사람의 모습이라고 믿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내가 느끼는 감정에 조금 더 솔직해지려 한다.

그게 불편한 감정일지라도,

나를 탓하기보다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보려 한다.


휴직 후의 시간을 돌아보면

어쩌면 처음으로 내 감정을 그대로 보고,

나를 지키기 위한 선택을 했던 것 같다.


처음 열흘은 혼란스러웠다.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발리의 공기와 날씨에 조금씩 적응하면서

몸이 가는 대로, 마음이 이끄는 대로 지내게 되었다.


그때 처음으로

‘나에게 공감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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