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야 한다니까 그러네
(큼직하게 손으로 쓴듯한 제목과 커버가 맘에 들어 찍어놓은 사진.. by 나요)
요즘 들어 가장 많이 생각하는 주제다.
나는 글러먹었다.
다시 태어나지 않는 이상 그냥 이런 나를 받아들이자.
이제... 욕심부리지 말자 어차피 넌 못할 거니까 ㅋ
사부작사부작, 혹은 깨작깨작. 항상 이렇게 시작은 잘한다.
뭐든 시작이 반이라고 했는데. 나는 항상 반은 그래도 꾸역꾸역 간다. 마무리를 못 지어서 그렇지..
내가 좋아서 구독할 때만 해도 구독자수가 몇 안되었는데.. 2-3년 새 구독자 수가 2-30만 명에서 많게는 100만까지 찍은 채널이 몇 있다. 그런 분들을 보면 내가 뭐 도와드린 건 없지만 새삼 대견스럽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나도 한번...?' 이런 생각도 든다.
나도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서 좀 활동하다 보면... 유명해지려나? 그럼 수익이 좀 생기지 않을까?
하.. 너무 유명해지면 안 되는데..
그렇지만 사실 알고 있다.
나는 안된다는 것을, 못한다는 것을.
나는 세이클럽, 다모임, 싸이월드를 거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하고 있는 세대다.
대학교 들어가던 2006년도에 싸이월드를 제일 열정적으로 했던 것 같다.
그러다 페이스북으로 넘어가서 이것저것 해보다가, 문득 그냥 하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어플까지 싹 지워버린 적이 있다.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1. 나의 행방과 일상의 공유를 강요, 집착하는 지인들.
나보고 페이스북 게시글을 얼른 올려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근황을 알려달라는 친구의 말이 좀 섬뜩하게 느껴졌다. 나를 좋아하고 관심이 있어 지켜보는 걸 넘어서서 집착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의 게시글과 사진을 보여줌으로써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고 이로 인해 개인 프라이버시가 낱낱이 보인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거부감이 들기 시작했다.
2. 비교, 상대적 열등감, 자격지심.
내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 잠깐 쉴 겸 페이스북 어플을 켰는데, 2시간이 훌쩍 흘러있었다.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진, 명품 선물 고맙다며 올린 게시글, 핫한 파티장에서 다 같이 찍은 핫한 피지컬들..
순간적으로 도서관에서 꾸질꾸질하게 공부도 제대로 못하고 애매하게 앉아있는 스스로가 바보 같아졌다.
나만 너무나도 재미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것 같고 그저 불행하게만 느껴졌다. 그대로 짐을 싸서 집으로 돌아갔고 남은 하루를 정말 정말 우울하게 보냈다.
그리고 그다음 날, 그 우울감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이미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SNS상 보이는 모습에만 집중하다 보니 상대적 박탈감을 겪게 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건 자격지심이었다.
이 사건(?)들을 계기로 나는 SNS와 좀 많이 멀어지게 되었다.
물론 원래도 좀 귀찮아서(?) 자주 게시물이나 사진을 올리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의식적으로 더 나를 표현하고 나에 대해 알리는 것을 조심하게 되었다.
그렇게 SNS와 거리가 먼 사람으로 살다 보니, 꾸준히 게시물을 업로드해야 하는 블로그나 브런치, 인스타그램 활동은 나에게는 이제 너무 버거운 임무(?)가 되어버렸다.
카톡 프사도... 잘 안 바꾸는 사람이 무슨 SNS를 하겠다고.
다시 돌아와서,
나는 브런치 글을 꾸준히 써서 올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나는 인스타그램 그림계정에 그림을 꾸준히 그려 업로드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렇지만 잘 안 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정해놓은 작업 시간도 없고, 날짜나 요일을 정해두고 연재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이걸 꼭 해야 하는 명확한 목표도 없으면서 이걸 안 하면 안 되는 명백한 이유 또한 없다.
내가 생각하는;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어떠한 목표를 정해서 그 목표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가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
일단 시작을 했으면 끝을 보기 전까지 물고 늘어지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
스스로와의 약속을 잘 지키려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
나는 독하게 마음먹고 최고가 되어야 하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
(써놓고 보니.. 나는 강단 없고 욕심도 없는 그저 게으른 사람..?!)
내가 생각하는; 나는, 그런 사람이다.
목표를 정해놓았지만 귀찮으면 그 목표를 미룰 수 있는 그런 사람이다.
언제든지 귀찮으면 '귀찮으니까 안 해도 돼, 그거 안 한다고 안 죽어!'라고 나를 다독이는 그런 사람이다.
내일은 꼭 도서관 가야지! 하고 막상 내일이 오늘이 되면 또 내일로 미루는 그런 사람이다.
즐거우면 됐지! 하고 어떤 상황에서든지 자기 합리화를 잘하는 그런 사람이다.
.. 분명 20대엔 미친 듯이 살았던 것 같은데, 나는 언제부터 이런 나를 눈감아줬었나.
그만큼 많이 지쳤던 걸까, 아님 이제 그만큼 열정이 사라진 걸까.
나는 왜, 무엇을 위해 열심히 살아야 하는 건가.
이런저런 개똥철학 같은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가는 밤이다.
야심한 새벽에 주저리주저리 잘도 써놨다.
모델워킹하는 공룡들인 줄..
아니었다. 일하는 working이었더라.. 일하는 공룡들.. 너네들도 정말 열심히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