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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영씨 Mar 19. 2017

연극 오디션같았던 나의 면접기

크루즈 승무원 최종면접 일화

면접- Interview
 
취업준비의 하이라이트가 아닌가 싶다.
 
정해진 시간 내에 처음 보는 면접관 앞에서 ‘내가 귀사에서 필요한 인재상에 적합하며, 나의 재능과 노력이 귀사의 발전에 도움이 되므로 나를 꼭 채용해달라! ‘ 라는 메시지를 전달 할 수 있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서류전형을 통과한 화려한 스펙들도 면접이라는 관문만 들어서면 그냥 종이에 쓰여진 글에 불과 하고, 내가 직접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쓴 이력서 임에도 불구하고, 면접관이 물어보면 기억이 나질 않는다. 또한 채용의 기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합격과 불합격은 왠지 그 기준과는 멀어져 있는 것 같다.
 
나 역시도 면접 준비에 많은 심혈을 기울였었고, 가장 불안해 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그러나 시중에 나와있는 면접 공략집(攻略)을 봐도, 공략(攻略)은 면접이란 전투에서 이길 수 있는 나만의 전략이 아니라 대중이 알고 있는 모두의 전략, 공략(公略)이었으며, 면접 모범답안을 봐도, 나를 위한 답은 없었다. 그러나 답이 없는 모범답안, 공략(攻略)이 될 수 없는 공략(公略)집을 보면서라도 면접을 준비해야 해야 했고, 똑같이 질문하지 않을 거라는걸 알면서도 과거 합격자들의 면접 예시를 보며 준비를 하고, 모의 면접을 통해 수십 번씩 연습을 했다. 처음엔 이렇게 연습을 하고 예상질문지를 본들 똑같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많은 시간을 들여 준비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었다.
 
“왜 우리회사에 지원했나요?”
 “본인에 대해 소개해보세요”
“직장 상사가 부당한 지시를 내린다면?”
“당신의 꿈이 무엇인가요?”
“나를 채용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보세요”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하세요?”
 
면접 시 자주 묻는 질문 중 몇 가지만 추려보았다. 사실 이러한 질문들을 면접준비를 위해서가 아닌, 본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 앞서 스스로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다. 취업준비를 하고 있으면서도 정확히 본인이 지원하는 이유를 제대로 생각해 본적이 없을 테며, 친구가 나라는 사람을 다른 친구에게 소개를 해준 적은 있지만, 본인이 직접 자신을 소개해 본적도 드물며, 아직 발생하지 않은 직장생활하며 생길 수 있는 상황들을 생각해 본적은 없었다. 신기하게도 이렇게 면접준비를 하면서 면접을 준비하기 보단 오히려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내가 생각하는 삶의 방향, 태도에 대해 고민하며 이제 곧 사회에 첫발을 나만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었다.
 
또한 수많은 모범답안을 보면서 머릿속에 그 답안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답안을 만들어 나갈 수 있었고, 모의 면접을 통해 긴장된 상황속에서 편안함을 찾는 법, 자신감 있게 그리고 진솔하게 본인을 이야기 할 수 있는 법을 스스로 터득해 나갈 수 있었다. 또한 평소 몰랐던 주변해서 말해주지 않는 본인의 어투, 표정, 자세 등을 누군가가 나에게 말해줌으로 인해서 앞으로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나에게 도움이 될 긍정적인 변화였다. 그래서 나는 취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다른건 몰라도, 면접준비는 제대로 해라 라고 알려준다. 여러 시나리오로 연습을 해보고, 되도록 이면 많은 합격자들을 통해 면접당일의 분위기, 질문 내용등을 묻고, 익히고, 관련 서적도 읽어볼 수 있음 읽어보고, 지원 하는 회사의 정보도 정확히 파악하고, 지원하는 직위의 전문 서적까지도 같이 읽어보고 준비를 해야 한다. 이러한 준비는 면접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본인이 앞으로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사회활동을 시작할것인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도 알려주는 계기와 본인만의 소중한 재산이 된다.
 
나 역시도 이러한 시간을 통해, 내가 지원하는 회사를 더 연구하고, 회사에서 더 나아가 사회에서 어떠한 사람으로 인정 받고 싶은지, 내가 왜 크루즈 승무원이 되고 싶은지, 승무원을 그만 두게 된다면 어떤 일을 해 볼 수 있는지를 생각하고, 결심을 하게 됐고, 사회에 첫발은 내딛기 전 충분한 밑거름을 만들 수 있었다.
 
나는 1차 서류전형, 2차 전화면접, 3차 인/적성 검사, 4차 최종면접, 이렇게 총 4번의 시험을 거쳤다.
 
2차 전화면접은 본사와의 시차 13시간이 있다 보니, 밤에 진행이 되었고, 스케줄이 잡힌 밤10시가 되자 미리 켜놓았던 스카이프에서 전화 소리가 울렸다.
 
"Hi, Nayoung."
(여보세요, 김나영씨?)
 
"Hello, Melisa. Good morning."
(좋은 아침입니다 멜리사.)
 
"Hi, Nayoung. How are you? Did I pronounce your name correctly?"
(안녕하세요, 어때요? 내가 당신 이름을 정확히 발음했나요?)
 
"I was nervous a bit before the call, but I’m good now. And yes you did say my name correctly.  If it’s difficult to speak, then please try to say NOT YOUNG. "
(전화오기 전까진 조금 긴장하긴 했는데, 지금은 괜찮아요. 그리고 발음 정확하게 말씀하셨고, 만약 발음하기 어렵다면, 그냥 NOT YOUNG이라고 발음하세요.)
 
"That’s funny. But you look very young on your picture. lol"
(웃기네요. 근데 사진상으로는 너무 어려 보이는데요. 하하하)
 
이것이 우리의 전화면접의 시작이었다. 물론 엄청 긴장하는 바람에 전화면접 3시간 전 청심환 한알을 먹긴 했지만,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고 최대한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했다. 어떻게 우리회사를 알게 되었는지, 어떻게 크루즈에서 일할 결정을 하였는지, 외국인들과 같이 어울려본 경험이 있는지를 물었다. 10분 정도의 전화면접을 마치고 다음날 합격 이 메일을 받았다.
 
3차 인,적성검사는 온라인으로 진행됐고, 본사의 인사담당자가 보내준 링크로 들어가서 ‘예, 아니오’로 답변하는 100개의 질문을 클릭하고 완료하였다.
 
4차 최종면접의 시간이 다가왔다. 2차 면접을 통해 어느 정도 면접 분위기를 파악한 터라, 떨지 않고, 최대한 편안하게 면접을 보려고 했으나, 막상 면접당일이 되고, 면접장소에 가니 전화면접과는 또 다른 분위기였고, 긴장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외국계 기업은 검정 정장을 선호하지 않는 다는 말을 들은 바가 있어서, 일주일 전 프릴이 달린 밝은 로즈베이지의 화려한 정장을 구입해서 입고 갔는데, 막상 면접장소에 가보니, 나만 화려하게 입었지, 대부분이 검정 정장, 흰색블라우스를 입고, 올림머리를 하고 오는 바람에 더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Hi, Nayoung, How are you?"

(나영씨 안녕하세요. 오늘 어때요?"
 
"Hi, I’m good, it's very nice weather today. Good weather to do interview. How was your flight to Korea?"

(안녕하세요, 좋아요. 인터뷰 하기 좋은 날씨네요. 한국으로 오는 비행은 어떠셨어요?)


"Flight was not bad, but too long. Oh, you look great. Love your outfit today! "

(비행은 나쁘지 않았는데 너무 길었죠. 오늘 멋지네요. 옷이 너무 이쁜데요?)


면접실에 들어서자 마자 한 대화들이다. 편안하게 면접관과 간단한 인사를 나누며 긴장을 풀었다.  
 
"네, 오늘 면접본다고 지난주에 백화점에서 거금을 주고 산 특별한 옷이에요"
 
"(면접관 웃음) 잘 어울리네요. (이력서를 보더니) 어? 중국어를 하네요?"
 
"네, 중국어과를 나왔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전국 대학생 중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대상도 수상하였습니다."
 
"흥미롭네요. 무슨 내용으로 발표했나요?"
 
"베이징에서 1년간 교환학생으로 있을 때 자주 갔었던 798예술구역과 중국 문화, 예술의 변화를 소개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거 참 재밋네요, 저도 베이징에 가본적 있는데. 798는 처음 듣네요"



 
면접관은 나의 이력은 다 보지 않고, 넘기더니, 마지막 장의 Extra curricular activity를 보더니, 또 물었다.


"Xiangsheng CLUB? 이게 무슨 클럽인가요? 거기서 작가로 활동을 했었네요?"
 
상성구락부는 대학시절에 마음맞는 후배, 선배들과 모여 중국어 공부도 하고 학예제때 선보일 프로그램도 만들어 보고자 구성했던 중국어 만담클럽이었다.
 
"네, 상성은 중국의 코미디 토크쇼라고 보시면 됩니다. 대학시절 중국어 공부하기 위해 만들었던 클럽인데, 중국에서 방영하는 상성 프로그램을 보고 번역하고, 선후배간 연습도 했었습니다."
 
"그거 정말 재밋네요, 상성이라. 한번 보여줄수있어요?"
 
"네? 여기서요? 중국어로요?"
 
난 그렇게 미국인 면접관을 앞에 두고 중국어로 만담을 했으며, 혹시나 저 면접관은 중국어를 할 줄 알겠지? 라고 잠시나마 생각을 했지만, 역시나 중국어를 할 줄 몰랐던 면접관이었다. (나중에 물어볼 기회가 생겨, 왜 상성을 해라고 시켰냐고 물었더니, 비록 중국어는 못 알아들어도, 상대방의 표정이나 말투, 몸짓만 봐도 얼마나 자신감 있게 하는지, 실력이 어느 정도 인지,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시켜봤는데, 긴장 안하고, 자신감 있게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 간단한 상성을 선보이고, 중국어를 못하는 미국인 면접관에게 중국어 발음이 좋네, 참 잘했다는 칭찬까지 듣고 나서는 조금 남아있던 긴장이 다 풀렸고, 어떠한 질문도 무섭지 않았다. 계속해서 나의 취미, 좋아하는 운동과 관련하여 이야기를 나누었고, 30분간 진행된 면접은 도저히 면접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서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크루즈, 희망 직종에 관한 질문은 30분간 전혀 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면접이 마무리가 될 즈음 이였다. 면접관이 물었다.
 
"다이닝룸에서는 무거운 트레이를 드는 일이 많은데 할 수 있겠어요?"
 
"네, 체구가 작아도 근력이 있어서 트레이 드는데는 문제가 없구요. 체구가 작아서 남들보다 빨리 걷고 움 질 일수 있어서, 한번만에 못드는 트레이를 두번 왔다갔다 할 수 있으니 문제 없습니다. "


"(면접관 웃음) 언제 승선 할 수 있죠?"
 
"마음은 내일 당장입니다만, CID 비자도 받아야하고, 메디컬 체크도 해야 해서, 서류만 준비되면 바로 승선 가능합니다."
 
"Alright, then See you onboard, Nayoung!"
 
그리고 1주일 후 난 최종합격 통지를 받았다.


면접은 지금껏 서류로, 전화를 통해서만 보여주었던 '나' 라는 사람을 직접 면접관앞에서 확인 시켜주는 자리이므로 최대한 편안하게 면접관과 진솔한 대화를 나눈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쉽지 않다는걸 안다. 그래서 면접만큼은 본인이 끊임 없이 연습을 하고, 충분히 준비를 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국내기업, 해외기업의 면접방식에 서로 차이가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국내기업은 대졸공채라는 집단채용시스템을 유지하고 있고, 해외기업의 경우 뽑고자 하는 직위의 직무기술서(Job Description)에 근거하여 보직중심의 채용이 이루어지다 보니, 면접 방식, 면접의 시스템이 다르고, 거기다 기업의 문화, 인재상이 다르다 보니 면접의 스타일 역시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난 늘 해외기업 면접에서는 합격하는데, 국내기업면접만 보면 떨어져, 외국생활을 오래해서 그래, ‘ ‘난 국내기업은 문제없는데, 외국계 기업면접만 보면 늘 떨어져, 영어를 못해서 그래’ 라고 말하는 취준생들을 보면, ‘물론 외국계 기업이 캐주얼하고, 자유분방한 방식의 면접을 보다 보니, 외국 생활을 한 사람에게 이러한 면접 분위기에 금방 적응 하고 면접에 유리할 수 있으나, 외국 생활을 했다고 해서 채용되는 것은 아니며, 영어로 소통을 해야 하는 외국계 기업은 물론 영어를 우선으로 보겠지만, 얼마나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며 고급스러운 대화를 구사하느냐를 보고 채용을 결정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라고 말을 해주고 싶다. 면접을 통해 지원자의 능력을 다 파악 할 수는 없다. 면접을 통해 보고자 하는 바는 본인이 지원한 회사와 맡을 직무에 대한 자신감과 본인이 가진 능력을 거만하게 생각하지 않는 겸손함과 더 배우려는 자세, 그리고 진솔함 일 것이다. 이 점은 외국계기업이나 국내 기업이나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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