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터널 끝에서 도착한 곳

싱가포르의 치유, 첫 번째 방문

by 나율

싱가포르를 처음 나섰던 길은 낯섦 그 자체였다.

해외를 혼자 나가는 경험이 처음이라 두렵기도 했고 바짝 긴장된 상태였다.

그때의 나는 기나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 퇴사라는 자유를 선언한 뒤 새로운 공기가 필요해 언니가 있는 싱가포르로 향했다. 지난 회사에서 쌓인 스트레스와 절망감, 낮아진 자존감을 조금이라도 회복하고 싶었던 걸까. 이 사연은 별도로 써야 할 정도로 이야기가 길다.. 무튼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받은 상처 난 몸과 마음과 정신을 새로운 환경으로 옮겨주면 모든 걸 새롭게 만들어줄 거라는 기대 때문이었을까. 남편에게 부탁하고 무작정 길을 나섰다.


멀미약을 챙기지 않은 탓에 기내식은 다 포기하고 잠만 내리 잤다.. 드디어 도착한 첫 싱가포르. 그때 한국은 2월 겨울이었던 터라 낯선 뜨거운 열기가 확 밀려왔다.

혼자 해외를 나온다는 건 생각보다 꽤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작은 거라도 하나 해냈다는 자기 만족감이랄까..? 오랜만에 느껴보는 성취감이었다. 싱가포르에서의 첫 2주는 꽤나 즐거웠다.

모든 게 새로웠지만 엄마와 언니가 곁에 있었기에 낯설면서도 익숙한 듯 시간이 흘렀다. 아참, 엄마에게 배운 수영 시간도 즐거웠다. 성인이 된 후 엄마에게 무언가를 배워본 적이 없었는데 우리 엄마는 물고기처럼 수영을 참 잘했다.


마음이 다친 상태여서일까? 가족들의 걱정 어린 말들에 고슴도치처럼 날을 세우며 대답하다가 결국 오밤중 눈물 파티로 이어졌다. 언니와 내가 다투고 엄마와 언니가 티격태격 싸우기도 했지만 이상하게도 그 시간이 지나고 나니 오히려 더 돈독해진 기분이었다.


여태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했던 우리가 전혀 몰랐던 모습들을 보게 되었고 그 안에서 새로운 사랑이 싹튼 것 같았다. 나만 느꼈던걸 지도 모르지만 이상하게 엄마와 언니가 더 애틋해졌다.

그렇게 첫 번째 싱가포르에서의 치유가 시작되었다.


밤 수영을 하던 수영장
여유로운 밤
2025년 새해 행사


작가의 이전글새로운 루틴, 6일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