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루틴, 6일 차

나의 불안 트리거

by 나율
아침으로 먹은 연어 구이 샐러드
여전히 읽고있는 책


어느덧 주말이 지나고, 평일의 절반이 되어 가는 수요일 아침이 왔다. 일요일에도 나는 신나게 루틴을 어겼다. 그래도 눈을 뜨자마자 휴대폰을 보지 않기로 한 약속만은 지켜냈다.


실험
반대로 월요일 아침에는 눈을 뜨자마자 휴대폰을 열어 보았다. 릴스를 보다 보니 10분, 20분, 30분이 훌쩍 지나갔고, 하루는 느슨하게 시작됐다. 종일 기분이 언짢았다. 정말 휴대폰의 영향일까.


불안
현재의 상황이 더 불안하게 느껴졌고, 스스로에 대한 연민이 싹텄다. 불필요한 감정을 보내려고 운동도 해봤지만 잠 깐 뿐이었다.


회피
오늘은 어쩐지 남편의 눈을 피하고 싶었다. 나쁜 감정이 전해지는 게 싫어서였을까, 언제나 옆에서 애써주는 사람에게 미안해서였을까. 밝고 행복한 모습을 더 보여주고 싶었는데, 요즘의 나는 불안하거나 울거나 속상해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평생 겪어보지 못한 일들이 와르르 쏟아지며, 단단해지는 사이 표정까지 굳어졌나 보다.


고해
결국 산책을 하며 속에 있던 말을 풀어냈다. “노력해 주는 당신에게 미안해. 내 기분을 살피고 웃게 하려고 애써주는데, 나는 웃어 주지 못해 자꾸 눈을 피하고 말도 아끼고 다른 데 신경을 써.” 참고 있던 눈물이 쏟아졌다. 미안하면서도 괜히 탓하고 싶었다. 숨을 곳이 필요하다는 어리석은 생각에 가장 가까운 사람을 탓하고, 미워하고, 심술부렸다고 고백했다.


안정
상황이 당장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마음은 조금 정화된 듯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남편이 말했다. “어디 가지 않을게.” 그 말이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큰 안정으로 다가왔다.


결론
아침부터 휴대폰을 연 덕분에 아이러니하게 이런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다시는 눈 뜨자마자 인스타를 켜지 않으려 한다.


눈 뜨자마자 휴대폰을 보는 일은 나의 불안 트리거다.
그래도, 그 덕분에 생각보다 좋은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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