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1] 이혼하러 갑니다

Somebody to lean on

by 나저씨

요즘 좀 괜찮은가 싶더니, 다시 우울한 감정이 날 방문했다.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힘이 쭉 빠지고 이혼하고 난 후의 불행해질 내 모습만 상상을 했다. 정말 괴로웠다. 왜 이리 쉽게 감정을 이겨내지 못하는 건지, 정말 나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오늘은 직장동료에게 유튜브 동영상 링크 하나를 받았다. 동영상의 내용은 미드를 소개하는 영상이었다. 드라마의 내용은 미국에서 온 축구에 '축'자도 모르던 감독이 영국의 축구 프리미어리그에서 강등될 위기에 있는 구단을 맡으면서 생겨나는 일들을 에피소드로 보여주는 드라마였다. 물론 나는 그 드라마는 보지 않았고, 유튜브의 설명 영상만 보았다. 사실 드라마의 스토리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이야기였다. 한 사람이 무시당하다, 나중엔 존경과 사랑을 받는 신데렐라 스토리... 이런 그저 그럴 수 있는 드라마에서 나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스토리상의 메인 에피소드를 이끌어가는 축구 감독이었다. 축구감독은 영국에 와서 감독을 하면서, 가족과 떨어진 생활을 하다가 오랜만에 아내를 만났다. 그리고, 감독은 그런 그의 가족에게 최선을 다해 사랑을 표현하였고, 그건 그의 모습에 아내도 그에게 사랑의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감독과 그의 아내는 이혼을 하게 되었다. 이 내용은 드라마를 봐야만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겠지만, 유튜브의 설명에 기준해서 말하자면, 그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해도, 그 둘의 관계는 이미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상황이었다. 아내는 이혼을 요구하지만, 정작 남편이 그 둘의 관계가 끝이 났음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다. 이 부분이 나에게 묵직하게 다가왔다. 마치 거대한 망치로 나의 명치를 힘껏 가격한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물론 극 중의 감독과 나의 상황은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내 마음에 울림을 주는 것일까? 그건 아마도 "다르지만 같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와 나의 상황은 다르지만, 이혼에 대해 인정을 해야 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선택권이 없이 그저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그의 모습에 내 모습이 겹쳐 보였던 것이다.




요즘 내 마음은 마치 겨울 기온과 같다. 삼한사온... 며칠은 괜찮다가도 며칠은 또 기분이 급격히 다운이 된다. 어떤 날은 나의 상황이 밝은 미래만 있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어떤 날은 나는 평생 칠흑 같은 어둠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이 바로 그런 어두운 날이었고, 이런 날 타이밍 좋게 직장동료가 나에게 위에서 말한 그 동영상 링크를 보내 준 것이다. 그래도 내가 행운아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런 칠흑 같은 감정 속에서도 내 마음속 생각과 두려움들을 터 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직장 동료에게는 나의 이혼에 대해 이야기를 해 줬고, 그는 내가 감정에 휩쓸려 무너지지 않도록 옆에서 많이 챙겨줬다. 오늘 보낸 링크도 그가 나의 상태가 평소와 다름을 느끼고 나에게 도움이 될 까하여 보내준 링크였고, 그의 도움은 정말 시의적절했던 것이다. 그의 동영상 링크 덕분에 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부정적인 생각에 맞서서, 당당하게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가 있었던 것이다.




혹시라도, 이혼을 준비 중이거나 진행 중인 분들이 있다면, 자신의 상황을 솔직하게 터 놓을 수 있는 친구를 꼭 옆에 두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혼자서 이혼과 같은 일을 이겨내려고 하는 건 정말 바보 같은 행동이라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다. 자존심이 강해서, 부끄러워서 등과 같이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다른 이들과 자신의 상황을 공유하기 싫어하지만, 현재 경험을 하고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정말 바보 같은 일"이라는 것이다. 문제에 대해 믿는 사람들에게 오픈하고 그들에게 위안을 받고, 때로는 삶을 살아갈 힘과 동기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나 또한 수치심과 부끄러움으로 스스로의 동굴 속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그때 난생처음으로 "자살"에 대한 충동을 느끼기도 하였다. 만약 지금 나에게 나의 상황을 걱정해 주고, 같이 화 내주고 고민해 주는 친구들이 없었다면, 난 견듸지 못하고 미치거나,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옆에 나의 어려움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중요하다. 그러니, 이혼을 고민하는 사람이나 이혼 수속 중이지만, 홀로 견듸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숨어있는 동굴에서 나와서, 주위의 사람들에게 소리치라고... "난 도움이 필요해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