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죽지 않아
하루하루에 대한 무게가 달리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아침에 일어나서 달력부터 보게 된다. 이제 이혼조정을 위해 법원을 갈 날이 진짜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서 달력을 보는데 더럭 겁부터 났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혹시 내가 내린 결정이 잘 못 된 것이지는 않을까? 이혼 후에, 후회하지는 않을까? 이혼 이후에 잘 견딜 수 있을까?" 아침부터 별의별 생각을 하면서, 회사에 출근 준비를 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숨이 턱하고 막혔다. 가슴에서 심장이 요동치는 걸 느끼고, 심장 박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숨이 쉬어지지 않는 기분이 들었고, 난 바로 내 상태를 알 수 있었다. "공황장애"로구나! 공황장애가 일어나려 하는 게 느껴지자 마자, 난 고민 없이 약을 입에 털어 넣었다. 신경안정제였다. 그리고, 속으로 계속돼내었다.
괜찮아. 숨은 쉴 수 있어. 숨이 안 쉬어진다고 생각하는 건 단지 내 생각일 뿐이야. 아무 일 없을 테니까, 걱정하지마.
이건 모두 다 내 마음에서 만들어낸 공포일 뿐이야. 죽지는 않으니까 걱정하지 마.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끼면서도, 어느 선을 넘기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 선을 넘기는 순간 내 자신이 무너져 버릴 것임을 잘 알기 때문에, 더더욱 내 자신이 그곳에서 발을 헛디디지 않도록 끝가지 정신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렇게, 1시간 같은 5분이 지났다. 약효가 조금씩 들기 시작하는지, 경직되어있던 내 몸이 조금씩 힘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10여분이 지나니까, 몸의 긴장은 다 풀렸다. 하지만, 얼마나 심하게 긴장을 했던지, 긴장이 풀리자마자 온 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파오기 시작했다. 손에는 땀이 흥건했고, 내 얼굴은 백짓장처럼 창백해졌다.
다시 상태가 괜찮아지자, 내 자신이 한심해 보이기 시작했다. 나와 이혼하는 아내는 정말 편하게 삶을 살텐데, 왜 나만 이렇게 고통을 겪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도 물론 외국에서 평탄한 삶을 살지는 못 하겠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겪는 고통이기에, 나처럼 다른 사람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받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도 힘들지 않은 그런 삶을 살아가는데, 난 여기서 고통을 받는 다는 것이 너무 불공평해 보였다. 왜 나에게 이런일이 자주 일어나는지 정말 속상한 생각만 들었다. 남 좋은 일만 해주고, 혼자 힘들어하는 "호구의 삶"이 미친듯이 싫어졌다. 벗어날수만 있다면, 다시 한번 벗어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누군가 인생은 카르마라고 했다. 상처를 준 만큼 상처를 받는다는 것인데, 왜 난 누구에게 이 정도로 상처를 준 적이 없는데,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 납득이 되질 않았다.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정말 억울한 기분만 들었다. 너무 화가 나서, 누군가에게 화풀이를 하고 싶고, 아무도 없는 허공에 소리를 지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 삶이 지옥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난 이혼 소송 9일 전 아침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