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8] 이혼하러 갑니다

공황장애...

by 나저씨

갑자기 공황장애가 왔다. 공황장애가 올 만한 상황이 전혀 아닌데, 공황장애가 온 것이다. 처음엔 크게 오질 않는다. 숨이 좀 답답하고 심장이 제멋대로 뛰기 시작한다. 나의 경우는 빨리 뛰기보다는 심장 박동이 건너뛰는 증세이다. 심장이 빨리 뛰는 것도 무섭겠지만, 잘 뛰던 심장이 박동을 한 번 건너뛰는 느낌은 가히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르는 불쾌감과 두려움이다.




황급히 약을 먹고, 내 공황장애가 빨리 끝나길 속으로 기도했다. 그러면서, 내가 왜 공황장애가 오려고 하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딱히 생각나는 건 없지만, 내 기억이 맞다면 공황 증세는 며칠 전부터 조금씩 위험 사인을 내 몸에 보내고 있었다. 그렇지만, 난 그 증세를 애써 무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예전처럼 금방 괜찮아질 거라 믿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증세는 좋아지지 않았고, 난 죽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그 어떤 움직임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결국 약을 먹었고, 마음이 조금씩 안정되어지고 있는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난 공황 증세가 없었던 게 아니라, 억누르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황 증세가 나오지 않도록 나의 두려움을 가슴 깊숙한 어디가에 묻어두고 애써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행동을 했던 것이다. 그렇게 꾹꾹 눌러 둔 감정은 이제 꽉 차서 내 마음속에서 조금씩 새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내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열심히 이유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위에 나에게 이 정도의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이혼 문제 외엔 없었다. 물론 회사에서 트러블과 불확실성도 있지만, 이혼만큼의 영향을 주지는 않고 있다. 이제 이혼 일자가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내 마음을 조금씩 옭아 죄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난 하루에 몇 번씩 마음이 왔다 갔다 하고, 지금의 상황을 피할 수만 있다면 도망치고 싶은 생각뿐이다. 그런데, 이젠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부딪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부딪혀야 할지 전혀 답을 찾을 수가 없는 시간의 연속이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 듯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공황장애를 겪으면서, 다시 공포의 감정이 올라왔다. 혼자 죽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혼은 정말 바보 같은 선택이라 생각이 들면서, 다시금 아내가 외국에 있지만 이혼하지 말고 그냥 살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다시 한번 "현실 타협"이라는 선택권이 슬며시 나에게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금세 마음을 다 잡으려고 노력한다. 왜냐하면, 내가 이혼을 하지 않는다 해도, 그리고, 이혼하지 않고 그냥 지금과 같은 삶을 산다고 해도, 내가 혼자 죽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아내 없이 나 혼자 살아갈 거고, 내가 죽는다 해도 아내가 해외에서 돌아올 리 만무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혼에 대한 공포, 아니 혼자 죽는 것에 대한 공포가 조금은 수그러들었다. 그리고, 아내에 대한 미움의 감정이 다시금 올라왔다.


나에게 왜 이런 고통을 주는 걸까? 그리고, 이런 고통을 주고, 상대는 지금 해외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겠다면서 살아가고 있는데, 어떻게 그런 삶을 살 수 있는 것일까?


이런 생각이 들면, 다시금 숨이 가빠졌다. 그렇다! 내 공황장애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아내였던 것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기억만 선사한 바로 그 사람을 생각하면 할수록, 나도 모르게 움츠려 들고, 죄책감이 몰려온다. 그리고, 마지막엔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뼛속까지 침투해온다.




언제쯤이나 이런 우울한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