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최선을 다했다...
이혼 조정일 10일 전부터는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는 것이 평소보다 크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하루하루의 무게가 이렇게 무거운지 다시금 느끼게 된다. 어제는 공황장애가 오더니, 오늘은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번, 내가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내린 선택이 잘못된 선택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지금이라도 내가 모든 걸 내려놓고 아내의 다리를 잡고 애원하면, 이 상황이 바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내 호구력이 다시 발동한 것이다. 내가 잘못한 일들만 생각이 나고, 역시 혼자보다는 둘이 낫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도 도망치면, 무언가 방법이 생기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생각이 괜찮은 생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갑자기 행복 회로를 돌리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 내가 미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갑자기 나의 결혼생활을 미화하면서, 아내에게 잘못했던 내 행동만 생각이 나기 시작하면서, 끝이 없는 죄책감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머리가 복잡해지던 중,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한 행동이 과연 나 혼자의 잘못으로 발생한 것인가?
아내는 우리 부부생활을 개선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고, 나에게 상처가 되는 많은 말과 행동을 했다. 아내가 어떤 언행을 했는지는 이미 여러번 이야기를 했으니, 여기에서 더 이야기하지는 않겠지만, 한 번도 아내에게 남편으로서 대우를 받은 기억이 없다. 물론 아내는 나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고 하지만, 그건 그저 그녀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한 것이었다고 밖에는 생각이 되질 않는다. 상대를 받아들여 주는 것이 아닌, 자신의 방식대로 바꾸게 하려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맞추지 않으면, 그것이 힘들어서 나에게 자신의 감정을 모두 쏟아내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나도 그녀에 대한 사랑이 사라지고, 함께 무언가를 하는 것이 점점 두려워졌다. 내가 하는 모든 말에 지적을 하는 것도 참을 수가 없었고, 아내의 그 어떤 말에도 기분좋게 받아들이지를 못하게 된 것이다. 모든 말에 가시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고, 그래서 그녀와 언쟁을 하게 되고 나도 모르게, 그녀의 지적에 대해 열심히 변론하고 있는 내 자신의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아내도 나를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고 희생하였다고 하지만, 결론적으로 보면 그녀가 희생한 것은 단 하나도 없는 것으로 보여진다. 사실 이건 신혼초부터 보여졌던 모습인데, 나만 그녀의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이다. 나의 오랜 멘토이자 결혼 카운슬러였던 형이 내가 결혼하고 1년 정도 된 후에, 나와 아내를 보았는데, 나와 혼자 있을 때 이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던 것이 농담이 아니었던 것이다. 좀 많이 늦었지만, 그때 왜 이혼하라고 이야기했냐고 멘토형에게 물어보니, 형은 나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네 와이프는 부부생활과 인생에서 자신밖에 생각 안 하는 사람이야. 남을 받아들여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이기적이라는 거지.
정확한 말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 정도의 이야기를 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혼을 앞둔 지금에서야 보니, 멘토형의 말이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이기적이고 자신의 인생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상대를 받아들일 때도 자신의 기준에서만 바라보고, 그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내가 잘못한 것이 되는 것이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지는 것이고, 아내 자신은 언제나 희생양일 뿐이었던 것이다. 그러다, 자신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이 생기니까, 자신만 생각하고 떠난 것이다. 그녀의 꿈을 이루는데, 나라는 존재는 단지 걸림돌이 된다는 판단이 되니 바로 버려지게 된 것이다.
오늘도 난 여러 가지 잡다하지만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나의 강력한 호구력에서 나온 상상을 없애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이야기한다.
난 최선을 다했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