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ra Vida!
내가 코스타리카에서 국제대학원을 다닐 때,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다. 스페인어인데 영어로 번역하면, Pure Life다. 한국어로 직역하면 '싱그러운 삶' 정도가 되고, 의역하면, '괜찮아!' 정도가 될 것이다. 코스타리카에서는 이 표현을 영어의 cool과 같은 의미로 썼다. 실수로 남의 발을 밟거나, 지나가다 어깨를 부딪히는 등 남에게 작은 피해 또는 불편을 주는 행동을 했을 때, 내가 미안하다 말을 하기도 전에, 코스타리카 사람들은 나를 바라보면서 Pura Vida라고 웃으면서 말하고 쿨하게 자기 가던 길을 갔다. 대학원을 졸업한 지도 10년이 훌쩍 넘었고, 거의 생각나지 않았던 이 단어가 오늘 문득 머릿속에 떠올랐다.
40에 중반에서 후반으로 가는 나이가 되었지만, 여전히 지나온 삶을 후회하고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 한 것들에 대해 후회를 한다. 나이 40이 되면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하여, 불혹이라 불렸다지만 나의 40대는 왜 이리 내부와 외부의 다양한 유혹에 흔들리는지 모르겠다. 내가 어렸을 때 바라본 40대는 넘사벽이었다. 이미 사회에 최정점을 찍고 있는 알파남과 같은 이미지였다. 그래서, 나도 40대가 되면, 부모님과 같이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키우면서 행복(?) 하고 평범(?) 한 삶을 살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지금의 내 삶은 10대 때 꾸던 삶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결혼에 실패하고, 아이도 없다. 게다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도 평사원으로 근무하면서 살고 있고, 커리어적인 부분에서도 별다른 성취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내가 생각하는 나의 삶은 후회가 가득 찬 삶의 연속이라 생각하곤 한다. "이때 이랬어야 하는데... 이때 이걸 선택했어야 하는데... 이 건 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등의 다양한 후회를 하면서 살아간다. 그리고, 이미 내 인생은 늦었다 생각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하는 걸 포기하려 한다.
폭염과 팀 이동 등으로 마음이 붕 떠서, 삶이 허무하다 다시 느끼면서 하지 못하고 이루지 못한 걸 후회하고 자책하던 나의 머릿속에서 갑자기 떠오른 Pura Vida! 아마도, 나 자신은 나에게 "아직 늦지 않았다"라고 이야기하는 것만 같았다. 마치 "하지 못하고 이루지 못한 걸 후회하기보다, 지금부터 후회했던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시도해 보라"라고 이야기해 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시도하고 실패하면 어떠냐고 나를 독려하는 것 같았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거나 예전에 후회하던 것을 다시 도전하는 과정에서 넘어지거나, 누군가에게 발을 밟혀도 그냥 쿨하게 "Pura Vida"라고 하고 일어나서 가던 길을 계속 가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