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아내의 대화 1
오늘은 아내와 나에 대한 이야기를 좀 써보려고 한다. 글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가감 없이 써보려고 한다. 혹시라도 이 이야기가 재미없다거나, 너무 편파적인 이야기로 들려 불편하신 분들은 이 글은 읽지 않기를 추천드린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미리 양해를 구하자면, 지금 쓰는 글은 아내와 나의 단편적인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것으로, 우리 관계에 대한 전체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기억해 주길 바란다. 글에서 나온 대화들 또한 나의 기억에서 각색된 내용으로, 해당 대화가 정확히 내가 작성한 대화처럼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생각하고 이 글을 읽어주길 부탁드린다.
확실해? 이번엔 틀린 거 아니지? 나 알지? 일처리가 완벽하지 않고, 실수하면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아내가 나에게 어떤 일을 부탁하고 나서, 내가 일을 마무리 지으면 항상 하는 소리였다. 난 아내의 이 소리가 싫었다. 마치 선생이 학생을 나무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치 내가 초등학생으로 돌아가 무언가 큰 잘못을 해서 선생님 앞에서 벌벌 떨며 혼나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그럼 난 이렇게 나를 질책하는 아내에게 소심하게 내 의견을 개진하곤 했다.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잖아. 그리고, 무언가 할 때 최대한 예상을 하고 하더라도, 변수가 있어서 예측 불가능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 거잖아. 내가 실수를 했다면, 거기서부터 어떻게 해결할지 다시 고민하고 함께 대응하면 되지 않을까?
뻔한 변명으로 들리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변명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아내가 부탁한 일을 대충 하지는 않았다. 내 딴에는 최선을 다해서 하는데, 꼭 무언가 빠트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완벽주의자 아내의 눈에는 그런 내가 답답해 보였을 것이다. 아무튼, 내가 위와 같이 이야기하면, 아내는 또 나를 쳐다보며 말하곤 했다.
오빠는 매번 실수하잖아. 먼가 부탁하면 한 번도 제대로 깔끔하게 하는 적을 본 적이 없어. 내가 오빠 믿고 일을 어떻게 맡길까? 오빠 믿어서 이렇게 부탁하는 거잖아. 제발 나 힘들지 않게 한 번만이라도 완벽하게 일을 처리해 줄 수 없을까? 부탁할게. 응?
아내의 레퍼토리는 항상 비슷했다. 그리고, 이 레퍼토리가 나오면 나도 더 이상 아내의 말에 반박할 말이 생각이 나질 않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면, 내 감정이 상하고, 그래서 아내에게 화를 냈다. 억울한 감정이 있으니까, 화도 내고 악도 지르고 어쩔 때는 울기도 했다. 물론, 나의 행동이 아내가 보기에는 많이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아내도 노력을 했을 것이라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나의 노력이나 행동이 아내에게 전달이 되는 기분이 들지 않을 때는 정말 절망적인 생각만 들었다.
그렇게 몇 년을 함께 살면서, 나 스스로 처세술을 배웠다. 그냥 아내와 함께 일하는 것을 최대한 줄이는 것으로 말이다. 무언가 함께 하자고 하면, 난 아내의 제안에 대해 피할 수 있는 핑계를 찾았다. 어차피 아내가 바라는 대로 일을 처리하지 못할 것이고, 그럼 또, 내가 완벽하지 못 함에 대해 자책하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아내가 무언가를 부탁하면, 그 일을 피하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지금 생각하면, 나도 비겁한 행동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언가를 같이 하고도, 내가 한 일에 대해 혼나거나 질책받는 일이 많아지면, 자연스레 위축되는 건 피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아내에게 최대한 내 상황에 대해 완곡하게 표현하면서 이야기하려 했다.
어차피 내가 네가 부탁한 무언가를 하면, 실수만 하고 우리가 싸우잖아. 난 너랑 싸우기 싫어. 그러니까, 내가 옆에서 네가 하려는 건, 다 지원해 줄테니까 나랑 같이 하자는 말은 하지 말아 줘. 더 이상 널 실망시키고 싶지도 않고, 실망하는 널 보면서 미안하거나 죄책감이 느껴지는 것도 싫어
라고 말이다. 그렇다. 아내의 요청을 피하기 시작한 것이다. 비겁하다고 할 수도 있고, 내가 관계를 피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아니 사실 피한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내가 아내의 부탁을 계속 들어줬더라면 관계가 괜찮아졌을까? 이 질문에 대해 선뜻 대답을 하기가 힘들다. 왜냐하면, 난 항상 아내의 요청을 완벽하게 들어줄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난 언제나 그녀의 눈에는 일을 대충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최근이라 하기에도 오래되었지만, 아내와 가장 최근 에피소드를 이야기하자면, 아내가 중요한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것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한국에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것을 힘들어했다. 그리고, 나에게 그 일을 해주길 부탁했다. 그래서, 이번엔 나도 정말 열심히 해서, 아내의 마음에 들고 싶어서, "예스"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아주 열심히 했고, 잠을 자는 때 제외하고는 아내의 프로젝트 생각만 했다. 물론 일을 하면서 그녀의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것이라, 시간이 많이 부족했지만, 그래도 아내의 자료를 읽으면서 열심히 제안서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제안서를 완성했을 때는, 뿌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왠지 이번엔 아내에게 "잘했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제안서를 만들어서, 자신 있게 프로젝트에 지원을 했고, 그 결과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다음 글에서 풀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