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는 나의 것
아침에 문득 아내의 부모에게 연락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든 생각이, "얘네 부모에게 문자를 보낼까?"하는 생각이었다. 물론, 좋은 뜻으로 문자를 보내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와이프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우리 가정이 이 지경이 되는데 일조를 한 처가 부모의 마음에 대못을 박을수 있을까 하는 아주 불손한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그렇다. "복수하고 싶다."는 나의 일념은 여전히 내 안에서 꺼지지 않고 있었다. 사실 이 생각은 하루 이틀 생각한 것이 아니다. 요 몇 주간 계속 들었던 생각이었고, 이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난 몇 시간이 "어떻게 하면 이들에게 사이다 같은 복수를 할 수 있을까"하는 상상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어떤 날은 문자를 보내려고, 장문의 글을 썼다가 지우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핸드폰에 날이 선 문자 내용을 썼다 고쳤다 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은 그렇게 썼다 지웠다 하고 몇일씩 고민해서 썼던 문자를 보내지 않고 지워버리곤 했다. 왜일까?
내가 아내의 부모에게 문자를 보낸들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아내 부모에게 나의 감정이 담긴 분노의 문자를 보내면, 잠시나마 기분은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상대 부모에게 정신적 데미지는 거의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이런 찌질한(?) 문자를 보내는 나를 비웃을 수도 있고, 문자를 서로 돌려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 더 나쁘게는 우리 이혼 소송에서 내가 보낸 문자를 빌미로 무언가를 뜯어내려고 할 수도 있다. 물론 와이프의 부모는 꽤나 부유하게 사는 집이라, 나에게 그렇게까진 하지 않으리라 생각은 하지만, 사람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니까 말이다. 이혼을 하는데도, 단 한 푼의 돈도 손해보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이니, 내 문자로 인해 기분이 수틀리면 어떤 일을 할지는 예측 불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서, 문자를 아예 안 보낸다는 건 아니다. 나는 지금 조용히 타이밍을 보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혼소송을 위해 법원에 가서 이혼이 결정일을 받은 날을 말이다. 그날에, 난 내가 썼다 지웠다 했던 수십 개의 문자 중에서 가장 상처가 될 만한 문자를 보낼 것이다. 그리고, 조용히 석양에 카우보이처럼 멋지게 돌아서서 내가 가는 길을 갈 것이다. 이때가 되면, 내가 어떠한 생각을 했고, 와이프가 자기 부모를 어떤 식으로 속였는지에 대해서 다 이야기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왠지 모르게 신이 나는 내 모습을 본다. 속물이라 욕해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당하기만 하고 살아온 내가 유일하게 복수할 수 있는 때는 바로 그때일 것이고, 난 그때를 절대 허투루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그냥 이 생각만 하는 것으로도, 나에게 큰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참... 내가 봐도 난 참 찌질한 거 같다. 멋진 호구라며 나 자신을 포장하려 하지만, 사실은 뼛속까지 부들거리면서 복수할 기회만을 찾는 소인배인 것이다. 어떤 모습이 내 진짜 모습인지 찾아볼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이 두 가지 모습이 다 내 모습이기 때문이다.
누가 머라 해도 마지막 복수는 나의 것으로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