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2] 이혼하러 갑니다

싸움에 져서 분한 어린아이 같이...

by 나저씨

오늘은 아침부터 아무런 이유 없이 의욕이 생기지 않아서, 억지로 텐션을 올려야 하는 그런 날이었다. 아마, 법정에 가야 할 일자가 가까워지니 내 몸에서 이혼에 대한 극심한 거부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고 혼자 생각해봤다.




어제와 오늘 양일간에는 다시 한번 아내와 우리 부부생활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이제 곧 있으면, 조정 일자가 다가오는데, 그냥 이렇게 끝을 내는 것이 맞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무언가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아내에게 이메일을 보내볼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난 아직도 이혼을 바라지는 않아. 너도 정말 이혼을 원하는 거니? 혹시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지 주저 말고 연락 줘.

라는 메일을 보낼까 생각도 해봤지만, 결국 메일을 보내지는 않았다. 왜냐면? 이런 이메일을 보낸다 해서, 지금 상황이 나아질 것이 아니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호구인 내가 더 호구처럼 느껴져서이기도 하다.) 그래서, 하루 종일 생각만 하고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런 걸로 고민하고 있는 나 자신이 참 한심스럽고 실망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인정하긴 싫지만, 아직도 난 아내에게 미련이 있는 것 같다. 아니 사랑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이렇게까지 고민하고 걱정하는 것이리라... 진짜 바보에 호구인 것 같다.




요즘 들어서는 이혼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이혼이 내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서 고민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이혼은 결혼 생활에서 실패이다. 그건 팩트라고 생각한다. 부부간의 관계가 원활히 조율되었다면, 이혼할 일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알고 싶은 것은 이혼이 결혼의 실패이지만, 그게 내 인생의 실패인가 하는 부분이다. 이혼했다고, 내 인생이 실패한 걸까? 남들에게 부끄러워할 만큼 내 이혼이 수치스러운 일인가?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나의 결혼 생활에 대해 나 자신에게 물어봤다. 재미있게도, 나 자신에게 물었을 때, 아주 단호하게 결혼 실패가 인생 실패는 아니다고 할 줄 알았는데, 그 대답을 주저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럼 도대체 왜 난 주저하는 걸까? 정말 결혼과 인생 실패를 동일한 선 상에서 보고 있는 걸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냉정하게 나 자신을 돌아보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나 자신을 돌아보니, 내가 주저하는 것은 내가 아내와의 싸움에서 졌다는 생각에 분한 마음이 들어서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 친구와 싸웠는데 결과적으로는 내가 이긴 싸움으로 보이는데, 싸움 이후에도 왠지 마음이 석연치 않고 상대에게 진 기분이 드는 그런 느낌인 것이다. 아내와 이혼을 하면서, 서로 큰 감정 소모나 다툼 없이 원만하게 정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객관적으로 보면, 회복 불가능한 결혼 생활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고, 아이도 없기 때문에 내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에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객관적으로 보면, 이혼으로 현실에서 금전적으로 손실이 거의 없기 때문에, 내 입장에선 이 싸움에서 이기거나 최소한 나에게 유리하게 끝이 난 것으로 봐도 되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아내만 생각하면, 내가 싸움에서 진 아이와 같이 왠지 석연치 않고, 편안하지 않은 기분이 든다. 주위 사람들은 내가 이혼을 하면, 이러한 감정에서 모두 해방될 것이라 이야기 하지만, 정말 그럴까 의심이 든다. 아직, 경험하지 않은 감정이라, 더욱 그런 의구심이 드는 것 같다.




이 석연치 않은 기분에 대한 해답을 빨리 얻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