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0] 이혼하러 갑니다

부전여전

by 나저씨

복수 이야기를 하고 나니, 내가 생각해봤던 여러 가지 이혼을 피하는 방법들을 여기에서 나눠보고자 한다. 물론 아래의 방법들은 머릿속으로 생각만 했던 것이고, 정작 실행으로 옮기지는 않은 것들이다..




1. 끝까지 이혼 안 해주기

이건 내가 실제로 적용을 하려고 시도해 봤던 방법이기도 하다. 작년에 아내가 이혼을 요구했을 때, 1차 합의이혼 신청에는 함께 가서 서류를 제출했지만, 두 번째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유는 2가지였다. 첫 번째는 이러면 아내가 포기할 거라 생각했고, 두 번째는 끝까지 이혼을 원하는 아내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버티다 보면 아내가 마음을 돌리고 나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나의 이 방법은 제대로 실행에 옮기지도 못했다. 내가 말한 두 가지의 방법은 아내가 한국에 있을 때 가능한 이야기였던 것이다. 하지만, 아내는 (내가 모아둔 마일리지를 이용해) 해외로 나가 버렸다. 즉, 내가 여기서 어떤 행동을 하던지, 아내에게는 영향을 전혀 미치지 않는 상황인 것이었다. 문제의 해결도 하지 못하고, 그렇다 해서 괴롭히지도 못하는 그런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만약 이혼 문제로 고민이 있다면, 꼭 아내가 한국에 있고, 같이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이 방법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2. 아내 부모 집에 가서 읍소하기

이것도 생각만 하고 실천은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아내가 외국으로 나갈 수 있게 도운 게 바로, 이 부모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날 만나줄리 만무하고, 나의 말을 들어줄 리 없기 때문에 이 방법은 가장 빨리 포기한 방안이었다. 그렇다 해서 내가 시도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연락을 해도 잘 받아주지도 않고, 전화를 하면 이혼하라는 이야기만 하는 그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하나도 없었다. 그 부모 중에서도 아내의 아버지는 정말 무관심의 표본과 같은 사람이었다. 아내와 내가 문제가 있는데도, 단 한 번도 나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아내에게 따끔하게 혼을 내지 않고, 이 문제를 마치 남처럼 관망하고만 있었다. 내가 이 문제로 이야기를 나눠보자고 연락을 해도, 둘이서 알아서 해결하라는 문자만 남기고 나 몰라라 하는 그를 보고 있자니, 속담 하나가 생각났다.


부전여전




3. 내가 해외에 가서 아내를 데려오기

사실 이게 가장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법이라 생각했었다. 무작정 해외에 가서, 아내를 데리고 한국에 들어오는 것 말이다. 처음엔 이 방법이 가장 멋지고 확실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생업을 포기하고 아내를 데리러 갔다 오는 것...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서 생각해보니, 내가 너무 순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은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해피엔딩으로 끝날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난 아내가 어디에서 사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고, 그 부모들도 나에게 연락처를 줄리가 만무한 상황이었다. 즉, 내가 생각한 방법 중에 가장 최악의 방법이었다.




4. 소송 걸기

소송을 걸어서 아내에게 부담을 주려고 한 것이다.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계속 소송이란 부담을 주면, 아내도 어쩔 수 없이 한국에 올 것이고, 그러다 보면 나와 다시 살지도 모른다는 아주 정신 나간 생각을 잠깐 했다. 하지만, 난 이 방법도 필요하면 쓰려고 했다. 그만큼, 아내를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었고, 이 가정을 어떻게든 지켜보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영화처럼 만만하지 않다


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 생각도 일찍이 단념했다. 어차피 소송을 하게 되면, 이미 우리 사이는 넘을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리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4가지의 가정을 회복하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그 어떤 방법도 문제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자 그저 허탈한 기분만 들었다. 나의 무력함에 화가 났고, 지금의 현실에 짜증이 났다. 그렇게, 또 몇 달을 보냈다. 어떤 날은 아내 부모에게 문자를 보낼까 생각하다, 어떤 날은 4가지 해결방법 외에 다른 방법은 없는지도 생각해봤다. 그리고, 아무런 방법이 없음에 또 좌절하는 정말 아무 쓸모도 없는 고민과 후회, 그리고 번민을 하면서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결론을 낸 것이 바로 그냥 이혼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이혼을 하고 나서 더 이상 이 문제로 괴로워하지 말고, 내 삶을 찾아가자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사실 내가 아내에게 이혼 후에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아니 그 반대로 더 불행해지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그래서, 더 불안하다. 하지만, 이 방법 외엔 지금 나에게 남은 선택은 없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내가 부정적인 생각만 하는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제는 해결 방법이 없는 지금의 관계를 고민하기보다, 앞으로 있을 더 좋은 인연을 기대하면서, 나 스스로를 다시 세우도록 노력해야겠다.




이젠 내 행복만 생각하면서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