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45] 곰씨의 관찰일기

잃어버린 새 신발

by 나저씨

이상한 꿈을 꿨다. 꿈에서 난 신발을 잃어버렸다. 이번 출장에서 마음먹고 산 새 신발이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잃어버린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그 꿈이 너무 강렬하여 기억 속에서 잊히지가 않았다. 그래서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을 했다. 꿈 해몽을 인터넷에서 검색해 본 것이다.


신발을 잃어버리는 꿈은 목표나 목적을 잃어버렸을 때 꾸는 꿈이라는 검색결과를 얻었다. 물론 해몽이 맞을 거라 맹신하는 건 아니지만 모든 일이 끝나고 난 후에 갑자기 몰려오는 허탈감이 무의식에서 표현된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신발을 잃어버리는 꿈은 인연이 끊어지거나 멀어질 수 있는 꿈이라는 해몽도 있었다. 목표를 잃어버린다는 말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인연을 잃는다는 말에 크게 동요하는 내 모습을 봤다. 이미 인연을 실패한 적이 있는 나로서는 관계에 대한 실패는 그 어떤 것보다 두려운가 보다.


일정을 마무리하고 길을 걷는데 갑자기 첫사랑이 생각났다. 사랑했지만 너무 미숙해서 상대의 사랑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해서 아쉽게 멀어졌던 사랑. 그 외에 나와 스쳐 지나갔던 인연들에 대해 생각이 났다. 갑자기 얼굴이 화끈 거리는 부끄러움을 견딜 수가 없었다. 나의 무지에 화가 났다. 그리고 나의 잘못된(되었다 생각하는 많은 선택에 대해) 선택들이 부끄러웠다.


쓸데없는 생각이라 치부하면서 떨쳐버리려고 하는데 내 머릿속을 휘저었다. 그리고 전 처와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이 났다. "만약 내가 아니 우리가 아이를 갖었다면 바뀌었을까? 내가 조금만 더 양보했다면 행복하지 않았을까? 지금 나와 인연이 있는 사람들과 너무 가까워지면 또 상처받지 않을까? 다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다시 상대를 믿을 수 있을까..."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휘저어서 괴로웠다. 도망치고 싶을 뿐이다. 이젠 편하게 살고 행복한 생각만 하면서 살고 싶다. 나이가 50을 바라보는 나이인데도 아직도 사춘기처럼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걸 보니 아직은 청춘이지 않나 싶다.


다시 사랑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누군가가 다가오면 지금의 난 거리를 둘 것이라는 것이다. 더 정확히는 상대로부터 도망칠 것이다. 같이 살게 되면 또 싸우게 될 것이니까... 만나기도 전에 상처받을 것이 두려워서 말이다. 마치 꿈에서 잃어버린 신발처럼...


투덜거리긴 싫지만 극복한 듯 느껴질 때 날 더 힘들게 하는 이 감정이 오늘따라 버겁게 느껴진다.


tempImageMWv4ZB.heic 바르셀로나(나저씨가 아이폰으로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