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ay] 이혼하러 갑니다

[Leaving 婚] 결혼을 떠나다

by 나저씨

Finally, the day has come! (드디어 그날은 오고야 말았다.) 회사에는 개인적인 사유(?)가 있다는 간단한 사유로 연차를 썼다. 사실 전 날 잠을 제대로 못 잘 줄 알았는데, 잠은 생각보다 푹 잤던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서 평소와 같이 아침밥을 먹고, 샤워를 했다. 그리고, 옷을 입으려고 했는데, 고민이 좀 되었다. "편하게 입고 갈지, 아니면 격식을 차려서 입고 가야 할지 말이다." 사실 마음속으로는 편한 복장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녀와 나의 마지막을 초라하게 장식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정장은 아니지만, 폴로티에 면바지로 깔끔하게 입었다. 그러고 난 후, 이혼 서류들을 챙겨서 법원에 가기 위해 차가 주차한 지하 1층으로 이동했다. 사실 법원으로 가면서, 그 어떤 서류도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혹시 몰라서 내가 등기로 받았던 서류들을 챙겨서 나왔다. 차를 타고, 법원으로 이동을 하는데, 그제서야 내가 이혼을 하러 간다는 실감이 났다. 법원에 도착해서, 차를 주차하고 난 후에, 나의 이혼조정이 있을 장소로 이동했다. 내 이혼조정 시간보다 약 한 시간 가량 일찍 온 난 법원 앞 테이블에 앉아서 내 이혼조정이 시작할 시간이 되기 전까지 기다렸다. 기다리는 와중에, 변호사에게 연락이 왔다.


"안녕하세요. 법원에 도착했나요? 전 이미 법원에 와 있습니다."

어색하고 무서운 분위기를 느끼고 있던 나에게 변호사의 문자는 왠지 오랜 친구의 문자를 받은 것 같은 반가운 느낌이 들었다. 문자를 받고 나서, 난 바로 변호사에게 답변을 했다.


"네. 저도 지금 막 도착했습니다. 어디에서 뵐까요?"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에, 변호사에게 다시 문자가 왔다.


"이혼조정이 있을 사무실 앞에서 뵙기로 해요."

변호사의 문자를 확인 한 뒤, 바로 난 변호사가 말한 장소로 이동했다. 그곳에 가니, 변호사는 노트북을 무릎 위에 놓고 열심히 무언가를 작업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 인기척을 느끼고는, 뒤를 돌아보고 가볍게 인사를 했다. 변호사는 "기분이 어떠냐" 물었고, 난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이혼조정 시간이 되기 전까지 난 변호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담소를 나누던 중, 이혼조정 시간까지 10분 전쯤, 변호사가 진지한 톤으로 나에게 말을 건넸다.


"조만간에 안에서 우릴 부를 거예요. 그러니까, 이제부터 긴장하고 계셔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 해외에서 아내분께서도 대기 중에 계세요. 혹시 무슨 문제가 발생하거나, 확인할 것이 있으면, 메신저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혼소송을 진행할 거예요."

변호사의 이야기에 우습지만, 난 배신감과 질투심이 났다. 내 전화는 받지도 않으면서, 변호사의 연락은 받고, 변호사의 연락을 먼 외국에서 잠도 포기하면서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왠지 기분이 언짢아졌다. 하지만, 이제 곧 이혼하는데, 당연한 일이기에 내 감정을 달래면서, 내 이름이 호명되기를 기다렸다.




약 오분쯤 지나자, 내 이름과 아내의 이름이 호명되었고, 나와 변호사는 함께 사무실로 이동했다. 사무실에 들어가니 그곳은 소법정이었다. TV에서 보던 그런 책상과 의자가 있는 곳이 아니라, 실제로 재판을 하는 장소였다. 처음 보는 법정을 보고, 부모 모르게 무언가 사고 친 다섯 살짜리 어린아이와 같이 잔뜩 긴장해서 안내한 자리에 앉았다. 소법정에는 2명의 조정위원과 아내를 대변하는 변호사, 그리고 나 자신을 포함하여 총 4명 참석했다. 그리고, 바로 이혼조정이 시작되었다. 이혼조정에서 이야기 한 내용은 거의 없었다. 이미 서로 간의 조건에 대해 조율을 하고 왔기에, 그곳에서는 쌍방 간의 협의사항에 대해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으로 진행되었다. 서로의 조건을 확인한 후, 조정위원들은 우리의 이혼 조건들을 프린트하여, 확인한 후, 각자 이름 옆에 서명해달라 요청했다. 별 의미는 없겠지만, 난 이혼 조건들을 다시 한번 읽고 난 후에, 내 이름 옆에 서명을 했다. 서명을 한 후에는, 변호사에게 건넸고 변호사 또한 아내 이름 옆에 서명을 했다. 조정위원은 우리 둘이 서명한 서류를 받고 난 후, 소법정 뒤의 문에 들어가서 판사에게 모든 조정이 끝났음을 알렸다. 조금 후에, 판사가 와서 우리의 조정 내용과 서명을 한 종이를 받아서 확인한 후,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호명했다. 그리고, 이혼 조건을 읽어주고, 이혼할 것을 동의하냐고 물어봤다. 바로 이때였다. 나의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한 것이 말이다. 이제, 여기서 "네"라고 말하면 끝인 것이다. 지금까지 모든 일들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다. 난 요동치는 심장을 느끼면서, 숨을 길게 들이마신 후에, 조용히 대답했다.


"네"



판사는 나와 변호사의 대답을 듣고, 우리 둘이 공식적으로 이혼했음을 판결했다. 그렇게, 우리의 결혼은 끝이 난 것이다. 그렇게, 우리의 결혼은 소법정에 들어간 지 20여 분 만에 끝이 났다. 밖에 나와서, 변호사는 나에게 고생 많았다는 이야기를 해 주며, "앞으로는 행복하게 자신만을 위해 행복하게 살라"는 이야기를 건넸고, 나도 그러한 변호사의 진심이 느껴져서 고맙다는 인사와 지금까지 우리 이혼을 위해 준비해 준 것에 대해 고마워하며 법정을 나왔다.




'22년 어느 맑은 날, 난 "결혼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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