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새해 첫 다짐

특별함의 일상화를 위해

by 나저씨

2026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시작됐다고는 하는데, 솔직히 큰 감흥은 없다. 어제가 2025년 12월 31일이고 오늘이 2026년 1월 1일일 뿐. 나에게 새해란 그저 숫자 하나가 바뀐 '어제와 이어진 오늘'로밖에는 다가오지 않았다. 그래도 명색이 새해라 야심 차게 신년 계획을 세웠다. 주제는 '특별함의 일상화'. 써놓고 보니 말은 번지르르한데, 왠지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려서 거부감이 들었다. 개념은 알겠는데, 손에 잡히는 실체가 없달까. 내 삶에서 '특별한 것'이라 부르는 것들. 그림, 캘리그래피, 스페인어 수업....... 이것들은 분명 내 일상과 분리된, 시간을 따로 내어 '모시고' 해야 하는 특별한 활동들이었다. 그런데 문득 의문이 들었다. '왜 난 이것들을 굳이 특별하다고 선을 긋고 있는 거지?' 불편한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답을 찾지 못해 며칠을 끙끙거렸다.


그러다 오늘 아침, 새해 첫 요리를 하다가 갑자기 답을 찾았다. "그래, 요리!" 작년에 생존을 위해 배우기 시작한 요리. 이것도 처음엔 그림이나 스페인어처럼 시간을 따로 내어 배우던 '특별활동'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요리는 나에게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일상'이 되어 있었다. 왜 요리만 일상이 되고 나머지는 여전히 특별한(혹은 숙제 같은) 일로 남았을까? 식사를 마치고 난 후, 커피를 내려 마시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나는 요리를 제외한 다른 활동들을 내 삶의 일부로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요리는 결과가 즉각적이다. 만들면 바로 먹을 수 있고, 맛이 있든 없든 즉각적인 피드백(성취감 혹은 좌절)이 온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내 생활로 스며들었다.


하지만 다른 활동들은 요리와 달랐다. 요리처럼 금세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 것 들이다. 그러다 보니 내가 하는 그림, 캘리, 스페인어가 얼마나 늘었는지 파악을 할 수 없게 되었고, 스스로 "아직 부족해", "더 배워야 해"라며 그것들을 일상 밖의 영역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매주 숙제하는 학생의 마음으로, 비장하고 무겁게. 무의식적으로 내 삶에 섞이는 것을 거부하고 있었던 것이다.


며칠 동안 나를 괴롭혔던 질문에 대한 정답을 찾고 나니 말할 수 없는 성취감을 느꼈다. 특별함의 일상화를 위해서 내가 할 일은 그저 하던 그 '특별한' 취미들이, 이미 일상으로 받아들여도 될 만큼 내 삶에 들어와 있음을 인정하면 되는 거였다. 따로 시간을 내어 각 잡고 하는 게 아니라, 밥을 짓고 글을 끄적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특별함의 일상화'.


이 추상적인 신년 계획이 왜 내 머릿속에 떠올랐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고집 센 나를 다그치고 있었던 것이다.


"야, 이젠 변화한 너 자신을 좀 인정하고 받아들여. 그게 네 일상이야."라고 말이다.


올해 만들어 먹은 첫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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