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나요, 나의 가장 서툴었던 사람

미움이 다 타버린 자리엔 안부가 남는다

by 나저씨
베오를 이용해 만든 영상


갑자기 그녀가 생각난다. 연락하고 싶고, 얼굴을 한 번 보고 싶다. 어떻게 사는지도 궁금하고, 지금이라면 왠지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든다. 내가 말하는 그녀는, 예상했듯이 내 전처다.


내가 왜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을까? 별다른 계기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냥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마음이 싱숭생숭하니 요리나 하면서 이 쓸데없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치워버리자 싶었다. 큰맘 먹고 새로 장만한 도마와 '글로벌 나이프'를 꺼내 마늘 파스타(알리오 올리오)를 만들었다.


역시 장비가 좋으니 요리할 맛이 났다. 조금만 힘을 줘도 스윽 썰리는 마늘, 칼날이 도마에 닿을 때마다 울리는 경쾌한 나무 소리, 그리고 손끝에 전해지는 묵직한 손맛.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다는 만족감을 느끼며 파스타를 만드는 그 순간, 예고 없이 옛 기억이 훅 치고 들어왔다.


내가 전처와 결혼하고 처음으로 해줬던 요리가 바로 파스타였다. 그때만 해도 나는 칼질 한번 제대로 해본 적이 없어서, 마늘을 편 썰고 면을 삶는 데만 30분이 넘게 걸렸다. 달군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마늘을 넣었는데, 불 조절을 못 해 마늘은 금세 새까맣게 타버렸다. 타버린 마늘 향이 올라올 때쯤 허둥지둥 삶아둔 면을 넣고 볶았다. 면수도 넣지 않고 기름에 튀기듯 볶아버린 탓에, 그건 파스타라기보다 '면 튀김'에 가까운 정체불명의 요리가 되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뻑뻑한 파스타를 참 맛있게도 먹었다.


요즘 들어 부쩍 전처 생각이 자주 난다. 꿈에 나오기도 하고, 오늘처럼 요리를 하다가 불현듯 떠오르기도 한다. '전화 한번 해볼까?' 놀랍게도 이런 생각이 드는데 마음속에서 거부감이 일지 않는다. 예전처럼 미운 감정이나 반발심 대신, 그냥 순수하게 궁금해서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저 멀리 어딘가에 있는 내 이성이 "야, 미쳤어? 절대 그러지 마!"라고 소리치는 게 아주 선명하게 들려서 실행에 옮기진 않았지만, 완성된 파스타를 식탁에 차리고 자리에 앉으니 피식, 웃음이 났다. "내가 마음이 많이 풀렸나 보네."


이혼 직후 나는 분노와 억울함, 그리고 배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부정적인 에너지가 너무 강해서, 그걸 밖으로 쏟아내지 않으면 죽을 것만 같았다. 살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캘리그라피를 배우고, 브런치에 글을 썼다. 그 치열했던 치유의 시간들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것이다.


그런데 내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오히려 상처를 준 사람이 궁금해지다니, 이건 무슨 얄궂은 역설일까. 보고 싶다는 감정과는 조금 다르다. 그냥 잘 지내는지,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궁금한 정도다. 이성은 연락하는 게 바보 같은 짓이라 말리고, 감정은 "그래도 차 한 잔 정도는 괜찮지 않냐"고 속삭인다.


그렇게 복잡하고 시끄러운 내 머릿속 소리를 들으며, 내가 만든 파스타를 한 입 넣었다.


역시....... 내가 만들었지만 진짜 맛있네!


나저씨가 나노바나나로 만듬


사용한 프롬프트

프롬프트 (한글):

해질녘 평온한 주방의 상세한 사진. 가스 레인지 위에서 빨간색 르크루제 스타일 주물 코코트 냄비가 큰 창으로 들어오는 황금 시간대의 햇살을 역광으로 받아 김을 힘차게 내뿜고 있습니다. 앞쪽 나무 도마 위에는 특징적인 올 스테인리스 스틸 딤플 핸들과 칼날을 가진 글로벌 G46 산토쿠 나이프가 다진 마늘, 통마늘 옆에 놓여 있습니다. 도마 옆에는 올리브 오일이 담긴 유리병이 있습니다. 배경에는 흐릿한 주방 조리대, 유리병, 화분들이 보이며, 부드럽고 몽환적이며 감성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조명은 따뜻하고 자연스럽습니다.

프롬프트 (영문):

A detailed photograph of a tranquil kitchen scene at sunset. A red Le Creuset-style cast iron cocotte pot with a lid is steaming vigorously on a gas stovetop, backlit by golden hour sunlight streaming through a large window. On a wooden cutting board in the foreground, a Global G46 Santoku knife with its characteristic all-stainless steel dimpled handle and blade rests beside freshly chopped garlic and whole garlic cloves. A glass cruet of olive oil is positioned next to the board. The background shows blurred kitchen counters, jars, and potted plants, creating a soft, dreamy, and sentimental atmosphere. The lighting is warm and natural. --ar 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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