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30초
요즘 좀 괜찮았던 부정맥 증세가 다시 발생했다. 운동을 하는데, 숨 쉬기가 조금 힘들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 생각이 들자마자 갑자기 죽을 것 같다는 공포가 몰려왔다. 공황 증세가 발현된 것이다. 내가 부정맥 증세를 싫어하는 것은 심장 박동이 불규칙적으로 뛰는 것도 있지만, 부정맥이 오면 십중팔구 공황 증세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공황 증세가 나타나려 하면, 내 몸은 순식간에 긴장모드로 바뀐다. 온몸의 근육이 긴장을 해서 뻣뻣해지고, 숨은 거칠게 쉬게 된다. 그리고, 계속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내 몸은 바짝 긴장된 상태가 된다. 하지만, 긴장된 몸 상태와는 달리 손과 다리는 힘이 빠져 제대로 서 있을 수도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극한의 공포 상태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런 나의 몸 상태는 기분이 이상함을 느끼고, 일분이 안 되는 시간에 앞에서 말한 모든 증세가 나타나는데, 사실 1분은 길게 잡을 것이고, 보통은 30초 이내에 결판이 난다. 즉, 나에게 이 30초가 골든 타임인 것이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부정맥과 공황 증세가 같이 나타나면, 30초의 골든타임을 넘기지 않으려고, 내 머릿속에서는 사투를 벌인다. 죽음의 공포가 내 머릿속을 휘저으려고 할 때마다, 나 자신에게 이야기를 한다. "숨 쉬는데 문제없어. 죽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마. 천천히 숨을 쉬고 마음을 안정시켜봐." 이렇게 나를 조용히 달래면, 공황 증세는 차츰 사그라든다. 그렇게, 30초의 골든타임을 지켜내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골든타임이 몇 시간 또는 며칠 동안 불규칙하게 계속 발생한다는 것이다. 괜찮아진 것 같아, 다른 일을 하는데 갑자기 공황이 오는 것이다. 그리고, 공황 증세가 나타날 때마다 난 어김없이 30초 골든타임을 지켜내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것이다.
공황 증세가 나타나서, 내 머릿속 잡념을 없애기 위해,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고, 고민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 간 생각. "내 이혼 이야기를 주제로 책을 한번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다. 책을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그 주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책을 발간할 수 있을지에 대해 방법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책을 발간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출판사를 통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무명인 나의 글에 관심을 가져 줄 출판사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나 또한 내 글이 출판사를 통해 발간될 수 있을 정도의 퀄리티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출판사를 통한 발간은 재빠르게 옵션에서 제외되었다. 그러면 출판사를 통한 것이 아닌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찾아보던 중, 독립 서적이라는 옵션을 발견하게 되었다. 물론 독립 서적으로 발간하는 일도 나에게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출판사를 통하는 것보다는 내가 책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것으로 보여졌다. 그래서, 책을 처음 기획하는 나에게 가장 적합한 선택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글을 쓰고, 교정과 교열, 편집과 발간까지 모든 일을 혼자 힘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지만, 확실히 출판사를 통하는 것보다는 내가 책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선택지였다. 그렇게, 독립 서적을 만들어 보기로 결심은 했지만, 어떤 일부터 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오질 않는다. 그리고, 독립 서적으로 책을 내는 것이 내 현재 상황과 맞는지도 잘 모르겠고 말이다. 그래서, 사진 보정 수업을 통해 알게 된 작가님을 소개받아, 그분의 소개로 독립 서적에 대한 워크숍을 신청하고 관련 서적도 읽어보고 있다. 처음엔 "어떻게 나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처음부터 포기하고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불가능해 보이는 걸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미래는 예측이 안 된다. 하지만,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하고 싶진 않다. 너무 오랫동안 가능성에 대해 나 스스로 한계를 세우고 삶을 살아왔기에, 더 이상 포기하는 삶을, 현실에 타협만 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부터 조금씩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천천히 해보려고 한다. 자료를 찾고, 글을 써서 천천히 나의 책을 준비해 보려고 한다. 내가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하나씩 실현시켜보려고 하는 것이다.
앞으로의 삶이 어떻게 나를 이끌고 갈지, 잘 모르겠지만, 삶의 안락함을 벗어나서 도전하다 보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삶이 내 앞을 기다리고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