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Blind Date)
여기 연락처 있으니까, 다음 주에 연락 한번 해봐
지난 주말 아침에 멘토에게서 온 메시지 내용이다. 시차 때문에, 시간이 맞지 않아, 내가 잠을 자고 있을 때, 전화가 와서 연락을 받지 못했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문자가 와 있었던 것이다. 멘토는 소개팅 상대가 나와 나이가 동갑이라는 정보와 이름, 그리고 전화번호만 무심하게 보냈다. 나는 소개팅 상대에 대한 여러가지 궁금증이 생겨서, 멘토에게 질문을 했지만, 단 하나의 대답도 듣지 못했다. 그냥 만나서 직접 확인하라는 뜻인 것이다. 그래서, 나 또한 멘토에게 더 이상의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버리고, 주말을 보냈다.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에 소개팅 상대에게 문자를 보내려고 했지만... 까먹었다. 화요일도... 까먹고 문자를 보내지 않았다. 더 이상 늦어지면 안 될 것 같아서, 수요일에 소개팅 상대에게 문자를 보냈다. 문자 내용은 간결했지만, 내용을 수십 번은 더 고쳐 쓴 것 같다. 소개팅 상대에게 문자를 보내려고 하는데, 오랜 세월 동안 느끼지 못했던 설렘과 두근거림이라는 이질적인 감정이 느껴져서 기분이 어색했다. 약 30분가량을 고민하고 고민해서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일분 후... "띠~~ 링~~" 문자가 왔다는 벨소리가 들렸다. 빨라도 너무 빨랐다! 아직 난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긴장된 마음으로 문자를 확인했는데, 지금은 바쁘니 나중에 전화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난 바로 "편한 시간에 연락 주시면 된다."는 회신을 보냈고,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다음 날, 소개팅 상대에게 저녁에 연락이 가능하다는 문자를 받았고, 나는 소개팅 상대가 말한 시간 이후에 연락을 하겠다는 짧은 문자 회신을 보냈다.
그렇게, 약속한 저녁시간이 되었고, 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심장박동이 빨라지면서,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이혼한 아내와 연애하던 기억이 떠올랐던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게 다 쓸데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어차피 소개팅 상대와 만나도 차일 것이고, 만약 잘 만나게 된다 해도, 이전 만남처럼 불행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두려움은 내가 전화를 하지 선뜻하지 못하게 하는데 충분했다. 사실 도망치고 싶었다. 그냥 연락하지 않고, 이대로 연락을 끊고 싶었다. 솔직히 거의 도망칠 뻔했다. 하지만, 겨우 정신을 차리고, "여기서 도망치면 난 언제나 패자"라고 나 자신에게 이야기하면서, 용기를 내어 소개팅 상대에게 연락했다.
통화 신호음이 들리고, 건너편에서 전화를 받았다. 그렇게, 난 소개팅 상대와 첫 번째 전화 통화를 했고, 만날 약속을 잡았다. 약 오분 가량 전화를 했는데, 내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긴장하고 대화를 나눴다. "실수하면 안 된다! 괜찮아! 그냥 소개팅이니까, 불안해하지 말자!"라고 나 자신에게 용기를 복 돋으며, 소개팅 상대와 통화를 마무리했다. 그런데, 난 전화를 끊고 나서,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혼한 걸 상대는 혹시 알까? 만약 모른다면, 그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을 할까? 처음에 만났을 때, 내가 이혼한 사실을 밝혀야 하나?" 내 머릿속이 갑자기 복잡해졌다. 소개팅 상대와 만날 약속은 이미 잡았는데, 내 머릿속은 하얗게 되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난 어차피 소개팅을 망칠 것이라는 생각만 든다. 이혼의 후유증이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새로운 인연을 원하지만, 막상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무서워서 도망치려 하는 내 마음을 바라보며, 왠지 모를 씁쓸한 웃음이 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