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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22] 곰씨의 관찰일기

나이를 먹어간다는 건...

by 나저씨

내가 나이를 먹었다는 자각을 하는 때는 바로, 내 또래 사람들을 만날 때이다. 이야기하기 부끄럽지만, 내 생각에 난 아직도 30대 중반의 활기 넘치는 사람으로 생각한다. 즉, 나이를 잊고 사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내 나이 또래 사람들의 고민을 하지 않고, 혼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나이에 대한 무게감이 남들보다는 가벼운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에 대한 내 생각이 꿈과 같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은 바로 내 나이 또래 사람들을 만날 때다. 처음 그들을 만나면, 난 그 사람들이 나보다 최소 5~10년은 더 나이가 많을 것이라고 느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나이를 물어보면 나와 동갑이거나 위아래로 한 두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것을 알게 되고, 충격에 빠지게 된다. 내가 생각한 나 자신은 아직도 30대 중후반의 나인데, 다른 이들이 보는 내 모습은 이미 40대 중반을 훌쩍 넘긴 아재 중에 아재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큰 충격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글을 쓰면서도 부끄러운 생각이 들지만, 정말 난 아직도 내가 30대 중후반이라고 느끼면서 살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나이와 실제 보이는 나이에서의 갭이 너무 커서, 처음엔 내 나이를 인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게다가 결혼하고 나서는 아내와만 있고 다른 이를 거의 만나지 않았고, 이혼 후에도 모임을 참석하면 대부분이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인 사람들만 만나다 보니, 내가 말도 안 되는 착각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 들어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을 소개로 만나면서, 나에 대한 아니 내 나이에 대한 자각을 하게 되고, 그렇게, 현실을 직시하는 충격 요법을 받고 나서, 조금씩 (인정하기 싫지만 어쩔 수 없이) 나 자신에 대한 현실을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왜냐하면, 나의 실재는 40대인데, 30대로 생각하고 사람들을 대하면, 영영 새로운 인연을 만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하루하루 약해지는 체력과 건강을 보면서 내 나이를 체감하고, 매 년 갱신하라 연락 오는 자동차 보험 안내서의 내 나이를 보면서, 나이 먹어감을 체감하며 살아간다. 이젠, 슬슬 내 나이를 인정하고, 나이를 먹어감에 대해 감사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IMG_0619-1 복사.jpg 바르셀로나 오후 하늘(아이폰, 2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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