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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23] 곰씨의 관찰일기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All I want is...)

by 나저씨

이혼하고 난 후에,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want) 몰랐다. 내가 이혼을 후회하면서, 다음 인연에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사실 알고 싶었지만, 정확히 어떤 것이다 하고,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그러던 중, 해외로 출장을 다녀오면서,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게 되면서, 어렴풋하게나마 내가 그리워하고 부족하다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내가 그리워하던 것은 다름 아니라, 지금의 내 기분과 생각, 그리고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한 것이었다. 즉, 나의 감정과 생각들을 나눌 수 있다는 것으로 인해 느껴지는 안도감을 말하는 것이다. 사실 지금도 내가 어떤 사람을 바라는 것인지 명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아마, 영원히 설명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내가 원하고 바라는 이성 관계는 육체적인 욕구나 외로움을 해소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 만나는 상대가 아니라, 나의 생각과 감정을 나눌 수 있는 관계를 원하는 것이다.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서로가 서로의 인생에서 영향을 주기도 받기도 하면서 살아가는 그런 관계를 원하는 것이다. (너무 평범한가? 너무 이상적인 소리인가?)




아마, 내가 실패한 결혼에서 바랬던 것도 바로 그런 것이었으리라. 대화를 나누고 생각을 교환하고 서로의 삶을 함께 살아가는 그런 모습을 말이다. 하지만, 전 처와는 그런 관계를 이룰 수가 없었다. 언제나 내가 무엇을 하든지, 판단받았고 비판받았으며, 자신(아내)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나에 대한 질책과 비난을 받으면서 살아왔다. 물론 외부적으로 보면, 내가 화를 내서, 내가 상대를 힘들게 만든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를 대변하는 건 아니라 말해주고 싶다. 때로는 가해자로 보이는 사람이 실제로는 피해자인 경우가 있다는 걸 난 경험을 통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난 집에서 편하게 있으면서, 일상생활을 하고 아내와 수다를 떨며 함께 살고 싶지만, ex 아내는 불면증으로 잠을 못 자서 매일 오전 11시가 넘어서 일어났으며, 제대로 음식을 해서 먹지도 않으며, 일어난 후에는 나에 대한 부족함에 대해 비판하고 바꾸려고 했다. 그리고, 난 그런 아내와 어떻게든 살아가 보려고, 아침엔 아내가 잠을 잘 수 있도록 조용히 카페에 가서 시간을 보내고, 유학을 위한 토익이나 토플 시험을 치르는 전 날에는 나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시험을 망칠까 걱정되어서, 인근 만화방에서 쪽잠을 잤다.




내가 결혼 기간 중에 아내에게 바랬던 건, 단순했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아내가 해주는 식사를 먹어보는 것이었다. (물론 신혼 때 몇 달간 먹어보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지만, 그 이후엔 공부와 다툼으로 식사를 먹어본 적이 없다.) 그리고, 명절 때 한 번이라도 고향집에 내려가서 홀로 계신 어머니에게 인사를 드리고, 따뜻한 밥을 함께 먹는 것이었다. 지극히 평범하다 못해, 보통의 부부라면 당연하다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을 원했다. 하지만, 8년이 넘는 결혼 생활 중에 그런 평범함을 느껴본 적이 없었던 나로서는 그런 평범함이 너무나도 그리웠다.




이혼을 하고 난 후, 내가 외로워하고 괴로워하면서 인연을 바라 왔고, 어떤 관계를 바라는지 몰라서 힘들었지만, 이젠 어렴풋하게나마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게 된 것만으로도 정말 다행이라 생각한다. 왜냐고? 이젠, 새로운 만남을 찾는 데 있어, 잘못된 선택을 할 확률이 그만큼 줄어들었기 때문에... 하지만, 지금 이 나이에 새로운 인연을 찾을 수 있을까?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건 아닐까?




오늘도 누군가 함께 내 인생을 나눌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독거사를 두려워하며,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바르셀로나 람블라스 거리 골목(아이폰으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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