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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21] 곰씨의 관찰일기

선... 관계의 선을 넘은 것에 대한 고찰

by 나저씨
선을 넘으셨잖아요.


오늘 협력사 대표에게 들은 이야기다. 해당 협력사 대표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알고 지냈으며, 때로는 내가 의지하고 서로 도우면서 지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친하다 생각했던 사람에게 “선을 넘었다”라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내가 도대체 어떤 잘못을 했다고 그러는 걸까? 내 잘못이 상대에게 “선을 넘는” 무례한 행동이었던 것일까? 나는 사소한 것을 부탁했던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것이 너무 당혹스러웠다. 처음에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나도 화가 났다. 나 또한 협력사의 편의를 최대한 봐준다고 대내외적으로 이런저런 노력을 많이 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건 중요한게 아니었다. 협력사 대표가 선을 넘었다는 말 다음에 했던 “여기까지”라는 단어를 들었기 때문이다. 난 그 단어를 듣는 순간 더 이상 이전의 관계로 돌아가지 못할 것을 직감했다.




물론 다시 만나서 왜 그런 이야기를 했으며,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대화를 나누긴 했다. 그리고, 나 또한 내가 한 잘못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사과를 했지만, 해당 협력사와의 관계는 이미 넘어서는 안 될 강을 건넌 기분이었다. 협력사에서 나와 함께 일을 했던 사람들도 더 이상 믿을 수 없었고, 더 이상 그들과 그 어떤 대화도 나누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저, 필요한 말이 아니면, 최대한 그들과의 대화를 아끼려 하는 내 모습을 봤다. 물론 협력사 대표의 행동도 이미 어느 정도 돌아섰다는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여느 때와 같이 친절한 태도로 나를 대했지만, 내가 트러블이 있었던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 적의 아니 분노를 띈 그 사람의 눈을 아직도 난 잊을 수가 없다. 간단히 말해 그들의 행동이 더 이상 순수하게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사실 이건 큰일이 아니다. 사람의 관계란 원래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친하게 지냈던지 상관없이, 단 한순간의 사건으로 남이 되는 경우를 많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혼을 겪으면서 그 관계의 어려움에 대한 정수를 느꼈던 나로서는 이번 인간관계 문제가 이전의 트라우마를 일깨워버린 것 같다. 방에 있다가 너무 속이 답답해서 밖에 나와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어차피 이 순간도 지나갈 것이고, 이 인연이 여기 까지라면, 받아들이고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왜 이리 분한 기분이 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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