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의 연예 방식? 인간관계?
이젠 완연한 가을이 된 것 같다. 아니 가을이라기 보단 이제 초겨울에 가까워지는 것 같다. 난 여름보다 겨울을 좋아해서, 차가운 공기에 기분이 좋아짐을 느끼면서 밖에 나갈 채비를 하고 인근 카페로 이동했다. 나에게 주말은 거의 고정적인 일정이 있다. 아침엔 그림을 그리고, 점심에는 그림 수업을 받는다. 그리고, 오후엔 그냥 인근을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거나 새로운 카페를 방문하는 등으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카페에 가서는 사진 보정을 하거나, 브런치 글을 쓴다. 그래서인지, 난 내 삶이 매우 무료하고 조용한 삶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위에 날 보는 사람들은 날 보고 "취미 부자"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고, 사진 보정을 하거나 사진을 찍는 모든 일은 나에겐 일상이라 너무 심심하게 산다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과는 다르게 사람들이 보기엔 내가 많은 일들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난 사실하고 싶은 것이 따로 있다. 그건 바로 사람들을 만나서, 술도 마시고 저녁도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정말 평범한 걸 하길 원하지만, 심장이 좋지 않아 술도 마시지 못해 사람들도 만나지 못하고, 밤늦게 라운지 바 같은 곳에 가서 술을 마시는 것도 못한다.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나에게 밤 시간은 숙소나 집에서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재미없는 시간이 된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술을 마시던 때에도, 난 사람들과 함께 술을 많이 마시지는 못 했다. 아니 다른 이들과 술을 마시는 것을 즐기지 않았다는 게 더 정확한 말일 것이다. 사실, 난 사람들과 술잔을 나눌 때,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도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을 만나는 게 즐거운 일이 아니라 노동처럼 느껴지곤 했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을 좋아하지만, 정작 사람들을 만나면 금세 지치고 집에 가고 싶어 하는 나의 괴상한 성향 때문에, 사람들과 만나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점점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나이가 40을 넘어서니 이젠 만날 사람도 없는 상황이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사람도 없으니, 더욱더 혼자가 되어서 사람들과 함께 하는 방법을 잊어버리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어젠 지난번에 소개팅을 했던 상대로부터 연락이 왔다. 나이도 있는데, 자신은 자주 만날 수 있는 가까운 사람이 나을 것 같다고 말이다. 물론 정중하지만 나를 차는 멘트였다. 기분이 나빴다. 상대의 이유가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았다. 내가 외형적으로 매력적이지 못해서 그런 거겠지? 내가 가진 게 없어서 그런 거겠지? 별의별 생각이 났고, 상대에게 거절당했다는 것이 너무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그래서, 소개팅 상대의 문자를 받고, 회신도 하지 않고 바로 메시지를 지웠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서 생각해보니, 굳이 관계를 끊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사귀지 않는다고 친구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문자를 보냈다. 충분히 날 차는 이유가 이해된다는 말로 화두를 열었다. 그리고, 교제를 나누는 건 아니더라도 친구처럼 연락하자고 메시지를 보냈다. 다른 의도는 없다. 진짜, 친구를 만들기 힘든 상황에서, 이렇게 만난 인연도 소중히 여겨야 한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상대에게 연락이 왔다. 친구처럼 지내는 건 좋다고 말이다. 그때 느꼈다. 40대의 인간관계는 20대나 30대와는 다르다는 것을 말이다. 20대~30대 때는 소개팅에서 맞지 않으면, 바로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하지만, 40대의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는 건 흔하지 않다. 즉, 비슷한 처지의 사람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인 건지, 날 찼던 소개팅 상대도 친구처럼 연락하자는 제안에는 흔쾌히 예스라고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을 통해 인간관계를 흑과 백의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바라보지 말고, 보다 개방된 관점에서 바라보는 힘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이번 소개팅 건을 통해, 나이에 따라 사람을 대하는 방식도 바뀐다는 걸 경험하고, 보다 매력적인 인간이 되기 위한 삶의 여정에 한 발자국 더 나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