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관부
2022년 내가 배운 하나의 사실은 바로 나는 "태어난 김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전까지, 난 세상에서 무언가 이루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태어난 것이라 생각하고 살았고, 나의 인생 목표는 나의 목적을 찾아서 이루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40년이 넘게 살았고, 이제야 내가 엉뚱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럼 태어난 김에 살면서, 중요한 건 무엇이 있을까?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어떤 걸 할 때, 가장 행복해하고 있는지를 아는 것일 것이다. 그것도 행위가 주는 행복과 기쁨이 아니라, 나의 심연에 숨겨져 있지만, 꿈틀거리고 있는 나의 본능이자 욕망 같은 것 말이다. 그럼 나의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있는 욕망은 무엇일까? 확실한 것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내가 파악한 바로는 난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것을 좋아한다. 한 단어로 정리하면, "관종"인 것이다. 내가 누군가를 돕고, 호구처럼 매번 당하면서도 퍼 주는 이유는, 내가 사람을 도와주는 걸 좋아해서도 있지만, 더 나아가 내가 그들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타인의 관심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남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기분이 들면,, 나도 모르게 나에게 그런 감정이나 경험을 준 일에 집중하곤 했던 것이다. 회사일, 그림 그리기, 국제기구에서 근무하려는 꿈을 꾼 것 모두가 그런 나의 관종력에 끌렸던 것이다. 난 남을 도우고, 그곳에서 뿌듯함을 느낀다 생각했지만 그런 고상한 이유뿐만 아니라, 좀 더 원초적이고 이기적인 이유도 있었던 것이다. 상대에게 관심을 받고,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느끼는 것... 그 기분이 주는 만족감이 날 움직이는 원동력이었던 것이다.
이런 사실을 발견하자, 인생 목적이라는 게 별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노력했던 나의 고민들이 시간낭비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잘 알고 있다. 내가 지금까지 해 온 고민이 있기에, 지금의 발견도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인생은 태어난 김에 살아가는 것"임을 알게 된 2023년은 나의 인생에서 "잘 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좀 더 명확해진 것 같다. 왜냐하면, 이젠 시작점을 알기 때문이다. 나에게 돈은 큰 의미가 없다. 명예도 큰 의미가 없다. 내가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은 내가 남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관심인 것이다. 관종이자 호구인 나... 삶의 목적을 모르고 살아왔던 지금까지의 삶이 아닌 2023년은 좀 더 나 자신에 집중하고, 관종으로서 삶에 충실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2023년! 올해 잘 부탁한다! 많관부!
신촌 어딘가 카페에서 (아이폰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