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myself / To: myself
과거로부터 온 편지
회사에 출근하니, 편지가 한 통 와 있었다. 누군가 손 편지를 보낼 사람이 없는데, 의아해서 편지를 열어보고, 웃음을 금치 못 했다. 편지의 발신인은 바로 "나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작년 내가 아내와 이혼을 결정하고, 한참 방황하고 있을 때, 남의 집 모임에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서 지난해 3월에 남의 집 호스트님께 드렸는데, 그 호스트님이 잊지 않고, 내 편지를 한 해를 지나서 발송한 것이다. 사실 편지를 쓸 때는 별 생각이나 기대 없이 편지를 썼는데, 막상 한 해를 넘겨서 편지를 받으니 기분이 묘했다. 왠지, 과거의 나 자신이 타임슬립을 해서, 미래(현재)의 나에게 무언가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글의 내용은 시간이 지나면 금세 괜찮아질 것이고, 나의 판단은 옳았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고백하자면, 사실 내가 이 편지를 쓸 때는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반대로 후회하고 자신을 자책하지 않을까 내심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에게 희망을 북돋는 글이라기보다는, 자포자기의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을 나 자신에게 힘과 용기를 주기 위한 내용으로 쓴 글이다. 그런데, 지금 와서 보면, 다행히도 난 이 글에서 쓴 것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혼 후, 마음이 많이 힘들었지만, 나의 판단이 옳았다는 생각과 함께, 더 이상 이혼에 대한 자책과 후회를 하지 않게 되었다. (가끔씩 후회하고 이불킥을 하지만, 다행히 그 생각들이 이젠 그리 오래가지는 않는다.) 그리고, 내 주위에 날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도 다시금 발견하게 되었으며, 나의 "호구적 본성"을 인정하고 보다 인생을 편하게 살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기도 했다. 즉, 실보다 득이 더 많았던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이 모임 이후에,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되었고, 사진공부도 하게 되었다. 그리고, 함께 모여 책도 써보고, 이제 제법 그림도 흉내는 낼 정도의 실력까지 올라왔다. 이 모든 게 작년 한 해동안 이루어진 것이며 작년('22년) 3월에 괴로워하던 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그렇기에, 2023년을 맞이한 자신에게 다시 한번 외쳐본다.
"Life is beautiful & love people around you"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