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
이 시대의 다정
노트북을 챙겨
거리로 나가
똑바로 선다
아직 살아 있다
담배를 피워 물고
하늘을 노려본다
무엇인가 자꾸만
일그러지고 있다
푸르스름한 연기
몰락과 피폐
속에서
역동적인 기로에 선
무엇인가 자꾸만
선명하고
희끄무레하게
소용돌이친다
더는
아무것도
필요 없다
유일한 결론은
죽음
자문해 보면
몸 한구석이
거짓말처럼 시렸다
미련이라는 명줄은
질기다
발바닥으로
생을 누르며
온종일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곳에서
나는 가끔씩 어떤
거대한 압력에
짓눌린다
그들의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나는 그들의 노예다
그들의 눈은
총
그러나 그들은
쏘지 않는다
그들은 그냥 나를
풀어놓는다
들짐승처럼
자유로움을
만끽하라나
뭐라나
그 다정다감한 눈을
한 번 깜빡이지도 않고
가끔씩
저항하려는
기색을 보이면 그들은
셔터를 누른다
플래시가 번쩍이는 순간
나는 봉인된다
그리고 눈먼 자가 된다
무명 속으로
환하게
이것은
이 낡은 별이 끝끝내
멸망하지 않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