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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대훈 Apr 09. 2024

147

4.9

아름다운 탄식

 


취해 혼미 속에 있었다. 아니, 바깥의 격양을 안으로 쑤셔 넣고 꾹 다물고 있었다. 박동하는 심장을 쓸어내렸다. 심장이 삶을 더듬거린다. 빛나는 것은 없었다. 다만 어둠이 찢어져 있다. 그 긴 절망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지금. 그러나 절망의 몸체만 커져 점점 숨통이 막혀오는 지금. 밤바람에 포기할 수 없는 삶이 날아든다. 하늘거리면서 툭툭 창문을 건드리는 저 바람은 내가 잃어버렸던 삶. 살아있지만 생기가 없는 내 몰골을 저 멀리서 돌아온 내가 쓰다듬고 간다. 술을 더 마셨다. 주위가 흐릿하게 흔들리면서 아무것 없는 진공 상태가 되도록. 그러다 찬란히 무너져 내리도록. 질겨빠진 정신이 뚝 끊어져버리도록. 그렇게 했다. 평온도, 그렇다고 고요도 아닌, 어쩌면 사경의 문턱에, 나는 놓이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 사경의 고독. 넘어져 울고 있던 삶에 비틀거리는 중년의 삶이 다가온다. 내 작은 세계가 언덕 하나를 넘는다. 모든 것이 흔들린다. 흔들리는 것들이 어쩐지 안정되어 보인다. 고독을 앞세워 삶이 고비를 넘는다는 건. 찬란히 무너진다는 건. 내가 삶을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 이것은 참 이상하고도 슬픈 일이다. 창밖으로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려는 탄식을 계속 뱉었다. 더는 밖을 바라볼 수 없을 때 내부가 요동쳤다. 새벽에 글이 터져 나왔다. 신들린 사람처럼 단번에, 손가락을 때리고 튕기고 문질렀다. 다음날 보니 사랑하고 싶다는 말밖에는 쓰여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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