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맞아 고향인 전주에 내려갔었다.
오랜만에 어른들을 봐서 반가웠지만 곧 휘몰아치는 결혼얘기, 달갑지 않은 인간관계를 피해 짧고 굵게 만나고 얼른 몸을 피했다.
그리고 미혼의 특권이나 다름없는 여유로운 명절을 위해 한옥마을로 발걸음을 향했다.
익숙한 길들이 한참이나 지나쳐 갔고 저 멀리 수리중인 전동성당이 보였다. 그리고 무언가 알록달록해진 한옥마을 입구가 나를 반겨주었다. 생겼다고 말로만 들었던 카카오프랜즈 샵이었다.
한옥마을이라는 확실한 컨셉답게 라이언도
터줏대감마냥 장소에 잘 어울리는 라이언 이렇게 생겼다. 사람이 자기 머리모양으로 호롱불을 만들어 들면 무서울 것 같았지만,
라이언이 드니 귀여움이 2배였다.
전원이 꽂혀있는 걸 보니 저녁 즈음엔 조명도 들어올 것 같았지만, 아쉽게도 그 모습까진 보지 못했다.
그리고 귀여움이 2배인 건 이쪽도 마찬가지였다.
다양한 물품이 오밀조밀 귀엽게 놓여있는 가게에서 요새 좋아하는 다양한 춘식이 관련 상품에 눈이 휘둥그레 졌다가, 가격에 놀라 내려놓기를 여러 번.
여기에 더 있다가는 충동적으로 사고 후회할 것 같아서 그만 나가기로 했다. 나중에도 생각나서 사고 싶으면 그때 구매하는 걸로 결정했다.(그리고 아직까진 안 사고 있다.)
가는 길에 전라감영소 구경도 하고(새로 지은 건물이라 반짝거린다.)
오랜만에 간 객사엔 여러가지 소품샵이 많이 생긴 걸 볼 수 있었다. 동네 문방구의 업그레이드 버젼 같은 이 소품샵을 구경하며 친구가 말했다.
'코로나 때문에 살기 힘들고 월급도 제자리라서 찾는 소확행'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 자신은 확실히 그런 목적으로 이 작고 귀엽고 쓸모없는 것들을 구매하고 있었기 때문에 할 말이 없었다. 나의 이런 소비지향적인 주제에 시니컬한 말에 친구는
"작고 귀엽고 쓸모없지. 그래서 완벽해."
라고 멋있게 답해 주었다. 자신의 주관이 확실한 친구답게 소비 주관도 확실했다. 나는 그 논리에 설득당해 적당한 가격선이라고 생각된 토토로 포스터를 샀고 친구는 짱구와 액션가면 포스터를 샀다.
비싸야 3천원일거라고 생각하던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가격은 4천원. 책받침같은 재질일 것이라고 생각하던 것과는 다르게 두꺼운 종이재질이었다.
역시. 세상사 내 예상대로만 굴러가지 않는다.
오래된 빌라라서 그런지 두꺼비집 뚜껑이 없었다.
이사 올 때 부터 막연히 무언가로 가릴 예정이었던 두꺼비집은 예쁜 액자마냥 사이즈가 딱 맞았다. 사실 이 곳에 붙일 생각도, 크기도 예상에 없었는데 곱게 비닐포장을 한 토토로가 원래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것 마냥 딱 들어맞았다.
이렇게 우리 집의 한 모퉁이를 담당하게 된 토토로 처럼 나의 자리도 예상 밖의 선물처럼 딱 들어맞아 들어갈 날이 오겠거니. 토토로 포스터 한 장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고 혼자 웃으면서도 한 번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