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심심해] 크라임 신에 도전!
앗, 잠깐. 내가 죽였던가?
2021년 가을비 내리는 강남 한복판.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범인은 우리 중에 하나!
자, 이렇게 크라임신이 시작되었다.
나는 사실 추리소설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액션이나 느와르물에도 커다란 흥미가 없다. 방탈출 게임이 한창 유행할 때도
"방인데 왜 벗어나야 해? 집순이한테는 애초에 전제 자체가 틀린 게임이야."
라고 했었다. 하지만 해 보지 않은 것이 있다면 꼭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으로서 방탈출 고인물인 친구가 권한 [크라임신]은 한 번 해봐도 좋다 싶었다. 마침 새로운 것에 목마르던 차였다.
일단 크라임 신은 비쌌다. 한 번에 2만 원이 넘는 가격이라니. 1시간이 조금 넘는 플레이 시간을 고려해 봐도 꽤나 비싼 취미에 속하는 게 분명했다.
돈이 무조건 많아 보이는 난수르 (대기하는 로비에선 촬영 가능하다고 허락 받음)
미리 예약을 하고 기다리는데 나와 친구, 그리고 일면식도 없지만 같은 시간대에 예약한 사람 둘.
총 넷이서 게임을 진행하게 됐다.
내가 처음 해봐서 설명을 해주는 과정에서 재미가 떨어질까 봐 걱정했는데 나머지 두 분도 오늘이 두 번째 해보는 거라고 하셨다. 다행이었다.
랜덤으로 역할을 뽑고 각자의 상황이 적힌 가이드 북을 받았다.
리조트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는데 용의자는 넷.
매니저, 따르, 봉사자, 난수르 이 넷 중에 범인이 있었다.
제법 복잡해 보이는 룰을 숙지하고 한 명씩 올라가 상황설명을 들었다.
첫 시작엔 상황에 맞춰 연기도 하는데 내가 세상 어색하게 연기를 하는 바람에
"하하. 정말 세상 어색하네요."
라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크게 다르진 않아서 다행이었다.
숨겨진 단서를 열심히 찾고. 중간 회의와 최종 회의를 거쳐서 범인을 찾는 방식이었는데 이런. 내가 범인으로 몰리는 일이 많았다.
난 분명히 안죽였는데 모든 상황이 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슬며시 드는 생각이
'어라? 내가 죽였던가?'
였다. 나조차도 헷갈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마지막에 결정적인 증거가 발견돼서 범인이라는 의심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드는 생각은
[아, 최대한 죄짓지 말고 살아야겠다.]였다.
아주 잠깐 범인으로 몰리는데도 이렇게 억울하고 많은 변명을 해야 하며 심지어 진짜 범인까지 찾아내야 하지 않았던가. 상당히 귀찮았다.
이제 비슷한 예능이 나오거나 크라임신, 방탈출 얘기가 나오면 대충 뭐하는 건지는 알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또 하나의 경험이 쌓였다.
끝나면 사진도 찍어주는 크라임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