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무렵 초밥을 포장해가고 싶었는데 초밥집이 전화를 받지 않았다. 사장, 직원 두명이 꾸려가는 작은 식당인데 말일이라고 저녁 장사를 쉬나보다. ‘그들’ 에게도 연말이겠지.
가끔 혼자 들르는 술집에 갈까하다가, 그곳에서 젊은 녀석들이 웃고 떠드는 것을 보기가 꺼려졌다. 그들이 딱히 부럽다거나 짜증나는 것은 아니고, 다만 대화를 듣고 싶지 않은 순간에도 귀에 계속 흘러들어오는 말소리가 싫을 때가 있을 뿐이다.
집에 들어가면 미리 사둔 마스다 미리 만화책을 읽을 계획이라, 떡볶이가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 앞 분식집에 가니 늙수그레한 아저씨가 김밥 한줄을 포장해가려고 기다리고 있다. 주인 아줌마는 구석 테이블에 앉아 자기 친구와 수다를 떨고 있다. 포장음식에 젓가락과 단무지를 넣어줄까요, 아니 괜찮아요. 아이고 이미 넣어버렸네. 그러면 그냥 두세요.
샤블리에 떡볶이를 먹으며 만화책을 넘긴다. 술술 읽힌다. 웃음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재밌다. 시큰해지는 부분도 있다. 두어권을 읽고 블루스 브라더스 영화를 본다. 제이크와 엘우드. 제임스 브라운, 아레사 프랭클린, 레이 찰스. 그러다 엘우드라도 아직까지 살아있는지 궁금해서 검색을 해봤다. 아직 사망 소식은 없다.
뭐 이러다 올해도 다 가겠지.
라는 소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