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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호성 Jun 14. 2019

밤 11시 40분

친구들이 떠나고 혼자 남은 집에서 맞게되는 금요일 밤 11시 40분. 과장하면 실존의 위기, 축소하면 자야할 시간. 오늘 이번주, 이번달에 있었던 일들, 그리고 내일, 다음주, 다음달에 있을 일들이 눈앞에 그려진다. 그 중 바라거나 기다려지는 일은 별로 없지만, 나의 바람에 아랑곳없이 시간이 흐르고 , 이와 똑같은 생각을 미래의 어느 시점에 하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면 보고 싶은 사람으로부터 느닷없이 연락이 오지 않을까 싶지만, 그럴 일이 없으리라는 것도 안다. 시각은 단순히 시간을 분리하는 단위일 뿐이고, 이 시각이라고 해서 더 중요한 의미가 있을리 없지만, 그래도 어떤 기분이 들지 않을까해서 이 시점을 다르게 바라보고 싶은 것이다. 밤 11시 40분. 아직 오지 않은 내일. 아직 가지 않은 오늘. 그 사이 어딘가에 심연이 놓여있지 않을까. 오늘과 내일 사이 그 어디에. 오늘도 내일도 아닌 그 무엇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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