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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호성 Jun 19. 2019

통증

잠을 잘못 잤는지, 운동한 것이 문제였는지 하루종일 목에 통증이 있다. 고통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고, 불편하다고 하면 너무 모호하다. 이 통증은 마치 빛처럼 내 하루 전부를 비춘다. 아니, 어둠처럼 비춘다고 해야할까. 통증은 계속 지속되지만 별로 신경쓰이지 않다가도, 가끔씩 '아 아프네' 하는 식으로 드문드문 이어진다. 문서를 작성할때는 잠깐 멈추고 단락을 바꿀 때, 밥을 먹을때는 반 정도 먹다가 김치가 좀 짠가 싶을때, 누군가에게 업무적인 대화를 하거나 다른 사람과 농담을 나눌때 말이 끊어지거나 혹은 재밌는 대목에 웃고나면 따끔따끔 통증이 다가오는 식이다. 마치 문득문득 햇볕을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좋은날 길가다가 "아, 오늘 햇님은 따스하구나, 왓어뷰티풀월드"하는 기분이 들듯이, "김주임님, 이것 우편으로 보내주실래요. 아, 내 목도 잘라서 같이 보내세요."라는 말을 덧붙이고 싶게 된다.


이 통증이 이틀을 넘어가면 기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최근 어려웠던 일들이 자꾸 떠오른다.  잘되었던 일들을 - 뭐, 많지도 않지만 - 억지로 머릿속으로 끄집어내도 시큰둥해지고, 에이 원래 쉬운일이었으니까, 하면서 과소평가하게 된다. 앞으로 다가올 일들도 좀 더 어둡게 느껴진다. 이렇게 보면 통증이라는 '빛이 비춘다'기보다 '어둠이 비춘다'는 표현이 적당한데, 어둠을 빛의 부재라고 한다면 어둠이 비춘다는 표현은 이중적으로 시적인 셈이어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무튼 이런날에는 보통 있을법한 날에 보통 있을법한 안좋은 일이 생겨도 '세상에 이런일이 나에게, 젠장 목도 아픈데' 라는 식이 될수밖에 없다.  


그런데 참다가 오늘 타이레놀을 한알 먹었더니, 목의 톡증뿐만 아니라 있는지도 몰랐던 두통까지 사라졌다. 비바 타이레놀. Problem solved. 라이프 해피 어게인, 비록 잠시뿐이라고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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