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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호성 Aug 16. 2019

나이가 들어가는 것

돈이 없다, 시간이 없다, 힘이 약하다, 이런 사안들은 미래에 극복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믿을 수 있다. 현실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지는 둘째 문제다. 적절한 노력과 원만한 행운이 결합되면 앞에 놓여있는 시간의 연속 중 어느 한 시점에서, 그러니까 나이들면서 다가올 언젠가 그러한 어려움이 나아지거나 극복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믿는 것이다. 이는 엄밀히 말하면 시간에다가 그 책임을 미루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하면서 마음이 불편하지 않다면, 아직 나이가 들지 않은 것이다.  


그 반면에, 더 이상 언젠가 나아질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믿지 않게 된다면, 더 이상 젊다고 할 수 없다. 나이가 든 것이다. 책임을 미루고 싶은 시간이 더 이상 내 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버린 것이다. 경험적으로든 직감적으로든. 


 나이가 들어가는 것은 자신이 믿는 이 가능성의 밀도가 옅어져 가는 과정 아닐까. 다시 말하면, 희망이 하나씩 줄어들거나, 희망을 믿는 자신의 모습에 점점 더 의심이 더해져 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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